선택과 책임

19. 오직 자신에게 기대라

by 무로

니체가 말한 자기 신뢰는 위로가 아니라 책임의 문제였다. 제도와 지위, 조직은 선택의 배경이 될 수는 있지만, 그 선택을 대신 감당해 주지는 않는다. 이 문장은 어떤 길을 택하든, 그 삶을 설명할 최종 책임자는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라는 요구다.


지금 내 앞에는 두 가지 선택이 놓여 있다. 하나는 더 높은 자리를 향해 나아가는 길이고, 다른 하나는 굳이 위로 올라가지 않고 나의 가치를 더 깊이 추구하는 길이다. 이 두 선택은 달라 보이지만, 어느 쪽도 나를 대신 책임져 주지는 않는다.


더 높은 자리로 올라가는 선택은 영향력과 자원, 사회적으로 인식 가능한 성취를 제공한다. 동시에 그 과정에서 삶의 방향이 점점 역할과 구조에 종속될 가능성도 커진다. 얻는 것이 잃는 것보다 많을지, 그리고 그 성취가 정말로 나에게 필요한 것인지는 끝까지 점검해야 할 문제로 남는다.


반대로 나만의 방향을 택하는 선택은 삶의 기준을 비교적 온전히 스스로 세울 수 있게 한다. 하지만 성취는 더디게 보일 수 있고, 선택한 방향이 옳은지 확신하기도 어렵다. 어디까지 왔는지를 가늠할 분명한 기준이 없기 때문에, 이 길은 끊임없는 자기 점검을 요구한다.


그래서 이 문장은 어느 선택이 옳은지를 가르려는 기준이 아니다. 그것은 두 선택을 동일한 무게 위에 올려놓으라는 요구다. 외부의 보증 없이도 그 결과를 감당할 수 있는가, 실패했을 때 그 이유를 나 자신에게서 찾을 수 있는가.


나는 이제 선택의 결과보다 선택의 태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려 한다. “오직 자신에게 기대라”는 말은, 어느 길을 가든 그 삶을 대신 살아 줄 사람은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식하라는 요구로 남는다.

이전 18화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