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과거의 내가 아니다

18. 다시는 돌아가지 말라

by 무로

니체에게 ‘되돌아간다’는 것은 과거의 자리로 돌아가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한계를 드러낸 자기 이해와 판단 기준을 다시 붙잡는 행위다. 한 번 넘어서 본 자신을 이전의 기준으로 다시 규정하는 태도는, 니체에게 자기 배반에 가까웠다.


돌이켜보면 과거의 나 역시 지금과 비슷한 갈림길 앞에 서 있었다. 경쟁에 자신이 없었고, 그래서 보다 예측 가능한 선택지를 택했다. 공군항공과학고등학교를 선택했던 판단은 그때의 나에게 합리적이었고, 그 길을 따라갔더라도 당시의 목표는 충분히 달성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틀린 선택이라 생각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때와 같은 위치에 있지 않다. 그때와는 달리 나의 지적 능력에 확신이 있고, 객관적인 지표 또한 존재한다. 그리고 경쟁을 버텨낼 정신력 또한 충분하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과거에 유효했던 기준을 지금도 그대로 반복하는 것이 과연 정직한 선택인지 묻게 된다.


과거의 선택이 옳았다는 사실과, 그 기준을 지금도 따라야 한다는 결론은 동일하지 않다. 이 문장은 과거를 부정하라는 말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달라진 자신을 인정하지 않은 채 같은 이유로 선택하지 말라는 요구다. 돌아간다는 것은 과거의 선택으로 되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과거의 나를 기준으로 현재의 나를 재단하는 일이다.

자신을 극복하며 살아온 사람에게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실패가 아니라, 이미 달라진 자신을 여전히 이전의 기준으로 판단하는 태도다. 과거의 기준은 한때 나를 보호했지만, 그 보호가 영원한 정당성을 갖는 것은 아니다. 특히 경쟁에 자신이 없어 차선책을 택하는 것과, 경쟁할 수 있음에도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것은 성격이 다르다. ‘경쟁에서 벗어난다’는 선택지는 같아 보여도, 그 선택이 합리적이려면 전혀 다른 기준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과거의 나를 기준으로 현재의 선택을 정당화하고 싶지 않다. “다시는 돌아가지 말라”는 말은 나에게, 이미 넓어진 가능성을 스스로 축소하지 말라는 경고로 남는다. 꾸준히 성장해 온 내가 과거와 같은 기준으로 판단을 내린다면, 지금까지 성장해 온 시간 자체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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