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흔들린다면 오히려 좋다.
니체에게 흔들림은 나약함의 징후가 아니었다. 그것은 기존의 기준이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는 신호였다. 확신이 흔들릴 때 인간은 불안을 느끼지만, 바로 그 순간 새로운 기준이 태어날 가능성도 함께 열린다.
지금의 나는 흔들리고 있다. 경쟁을 삶의 중심에 둘 것인지, 다른 가치를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다. 이 흔들림은 방향을 잃어서 생긴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여러 가능성을 동시에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생긴 감각에 가깝다.
특히 나만의 길을 상상할 때, 불확실성은 더 분명해진다. 위로 올라가는 길에는 어느 정도 정해진 루트가 있지만, 나의 길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가야 할지 분명하지 않다. 대신 이 길은 꾸준한 단련을 요구한다. 생각을 단련하고, 몸을 단련하며,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려는 태도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흔들림은 나에게 경고이자 기준이 된다. 이 불안이 없다면, 나는 이미 선택을 포기한 상태일지도 모른다. 흔들린다는 것은 아직 삶을 나의 문제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증거다.
지금까지의 선택들을 돌아보면, 흔들림은 언제나 기준이 바뀌는 지점에서 나타났다. 쉬운 길을 의심했을 때, 선택의 누적을 자각했을 때, 비교의 기준을 내려놓았을 때, 책임을 나에게로 되돌렸을 때마다 불안은 함께 따라왔다.
그래서 나는 이제 흔들림을 제거하려 하지 않는다. 대신 이 흔들림이 무엇을 요구하는지를 듣고자 한다. “흔들린다면, 오히려 좋다”는 말은, 지금까지 세워 온 기준이 실제로 나의 삶을 감당하고 있는지를 끝까지 확인하라는 요구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