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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체리코코 Oct 08. 2023

23.10.08 마지막 다이빙

다이어트 재시작 39일 차

운 좋게 오늘도 퍼밋이 나서 시파단을 한 번 더 갈 수 있게 되었다. 오늘 다이빙을 또 할까 말까 고민했는데, 시파단을 갈 수 있다니 한 번 더 시도해 보는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자고 일어나니 상태가 괜찮아진 것도 같아 조금 기대해 봤는데, 배에 타려고 하니 괜히 왼쪽 귀가 긴장되는 것 같다가, 백롤로 물에 들어가는 순간, 아 오늘도 망했구나,라는 게 느껴졌다.


2-3미터쯤 들어가자 어제와 같이 이퀄라이징이 제대로 되지 않는 게 느껴졌다. 그나마 다행히 사전에 어제 이퀄라이징 문제가 있었어서 오늘도 있을 수 있다고 말해놨어서 마스터가 수시로 돌아봐주며 상태를 체크해 주었다. 하지만 다른 사람한테 민폐를 끼치는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나대로 고통스럽고 힘드니 아무래도 고민이 됐다. 올라가서 이퀄라이징을 하고 천천히 내려오라지만 지상에서도 되지 않는데 조금 올라간다고 뭐가 달라질까 싶기도 하고..


그래도 시도를 한다고 해보니 시간을 들이면 적응을 하는 건지 그 심도에 어느 정도 시간이 있으면 조금씩 아래로 내려가져서 그런 식으로 차츰차츰 시간을 들여 내려갔다. 두 번째 겪어보는 거라고 어제보다는 나은 것 같기도 했다. 예상했던 일이라서 그런 걸지도.

결국 마지막 날까지 이퀄라이징 때문에 고생을 하게 된 건 아쉬웠지만, 그래도 좋았다.


거북이는 정말 역대급으로 많이 본 날이었다. 섬에서 바다로 들어가는 거북이, 산호에 머리를 박고 밥을 먹는 거북이, U턴을 해서 우리 쪽으로 돌아오는 거북이, 바로 내 옆을 스쳐가던 거북이까지, 정말 다양하고 많은 거북이를 한 번에 2마리, 3마리씩도 봤다. 고프로를 안 가지고 온 게 제일 아쉬웠던 순간 중 하나였다. 스피어헤드 피시도 떼로 보고, 잭피시 떼도 보고, 상어 떼도 보고, 기대 이상으로 너무 아름다웠던 산호들도 보고, 처음 봐서 너무 신기했던 프로그피시도 보고! 환상적인 바닷속 세상이었다.


올 때는 너무 멀다고도 생각했고, 오늘 그냥 쉴까도 생각했지만, 갔다 오기 잘한 것 같다. 오기도 잘했다. 좋았고, 힐링되는 시간이었다. 행복했던 순간과 기억으로 남을 것 같다. 또 언제 이만큼의 환경의 바다를 볼 수 있을까 생각하면 이번 여행은 나에게 역사적인 날이 될 것 같다.

 

내일이면 체크아웃인데, 여기서 만나서 친절하게 맞이해 준 리셉션과 레스토랑 직원들, 내가 팁을 안 줘서 미안하게 생각하는 벨보이, 친절하게 안내해 준 다이브마스터 토니, 로이, 보이, 화이잘, 렌트샵 직원 친구 모두 잘 지냈으면 좋겠다. 언젠가 내가 이곳을 다시 오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사실 다이빙을 또 언제 다시 하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는 날이 올 거라고 생각하고 싶다. 즐겁고 고마운 시간이었다.


곧 회사에 돌아가 다시 현실을 살면서도, 너무 일에만 매몰되지 말고 지금의 여운을 가지고, 건강한 삶의 균형을 유지하자. 운동도 하고, 미래도 생각하며. 그리고 자연과 접하는 시간을 의식적으로도 만들며 여유를 가지자. 돌아가서도 회사가 아닌 나를 중심으로, 즐겁게 살아가자. 쉽지 않겠지만 해보자.


오늘의 감정: 감사함, 그리움, 충만함, 다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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