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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불량변호사 Apr 09. 2023

괜찮아, 엄마는 처음이니까

엄마가 된 후

뱃 속에서부터 아이를 키우며 엄마가 된지 어느덧 3년 5개월이 되었다.


길지는 않지만 짧지도 않은 시간인데, 아직 엄마라는 역할이 서툴고 어렵다. 머리로는 한 아이를 키워내고 있는 것 만으로도 대단한 거라고 힘들 때마다 스스로 격려를 해주려고 하지만, 마음은 내 머리대로 움직이지 않는다.


아침에 등원하는 아이가 엄마와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며 울 때면 회사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싶다가도,

아침에 울던 아이는 어디로 가고 퇴근 후 밝게 나를 맞이해주는 아이를 볼 때면 아이는 생각보다 강하다고, 나는 나대로, 아이는 아이대로 갈 길을 가면 된다고, 서로 마주한 저녁시간을 온전히 서로에게 집중해서 보내면 된다고 마음을 다 잡기도 한다.


말도 안 되는 땡깡을 부리고 엄마만 찾아 몸과 정신이 모두 너덜너덜해졌을 땐 어디론가 혼자 떠나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가도,

아이가 나를 꼭 안아주고, "엄마 사랑해"라고 눈을 마주치며 얘기할 때면 아이와 둘이서 꼭 껴안은채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렇게 엄마의 마음은 하루에도 날씨가, 온도가 몇 번이고 바뀐다. 어쩌면 아이보다도 더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런 경험을 하며 한 생명을 키우는 일이 얼마나 큰 책임감을 필요로 하는 일인지를 깨닫는다. 너무 자명해서 원래부터 알고는 있던 사실이지만, 정말 가슴으로, 울음으로, 기쁨으로 이 사실을 깨닫는다.


아이는 아이 인생을 사는 거니 부모가 모든 것에 대해 책임을 지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아이의 선택을 지지하고 실패를 격려하고 성공을 축하해주는 '쿨한' 부모가 되자고 생각했고, 앞으로도 그런 부모가 되려고 한다. 하지만 그런 '쿨한' 부모가 되기 위해서는 수많은 아이의 실패를 바라보고, 불안을 감내하고, 아이를 진정으로 믿어주는 견고한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엄마인 나 스스로를 먼저 안아주고 믿어줘야 하지 않을까. 아이에게 "넘어져도 괜찮아", "실수해도 괜찮아", "슬픔도, 아픔도 인생의 일부이니 나쁜 게 아니야"라고 말해주기 위해서는, 나에게도 똑같이 말을 해줄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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