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Alchemist』
『The Alchemist(연금술사)』는 두말할 필요 없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입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아마도 10년도 훨씬 전쯤—그 명성만큼 깊게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단지 ‘어린 왕자’를 떠올리게 하는, 비슷한 결의 아름답지만 평범한 소설 중 하나였고, 지금도 그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파울로 코엘료는 브라질 출신입니다. 한동안 포르투갈 사람인 줄 알았지만, 실제로는 브라질 태생이라고 하더군요. 즉 원작은 포르투갈어로 쓰였고, 이후 영어로 번역된 덕분에 부담 없이 읽을 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예상대로 평범한 어휘와 부드러운 문체 덕분에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습니다. 오디오북으로는 약 네 시간—반나절이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습니다.
오디오북의 내레이션은 제레미 아이언스(Jeremy Irons)가 맡았습니다. 맞습니다, 영화 『미션』에서 가브리엘 신부를 맡았던, 바로 그 배우입니다. 시작부터 왠지 모를 신뢰감이 들더군요. 하지만, 처음 소설 초반부의 제레미 아이언스의 목소리는 왠지 약간 새는 듯하면서, 가늘고 깊이감이 부족하게 느껴졌습니다. 이런 점이 처음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오랜 배우 경력에서 나오는 그만의 나지막한 목소리, 또렷한 발음과, 캐릭터별로 세밀하게 감정을 불어넣는 연기는 점차 진가를 드러냅니다. 역시 영국 명문 기숙학교와 연극학교에서 단련된, 수 십 년간 연극과 영화를 오가며 쌓아온 내공과 몰입감입니다. 특히 각 인물을 살아있는 듯 전달하는 능력은 제가 책을 읽는 건지 한 편의 아름다운 영화를 보는 건지—점점 구분이 흐려질 정도였습니다.
그때 비로소 평범함이 비범함으로 바뀌는 순간이었습니다.
이 소설을 제레미 아이언스라는 훌륭한 배우의 목소리를 통해 다시 접하게 돼서 그런 건지, 아니며, 세상을 좀 더 살아봐서 이 소설이 좀 더 비범하게 다가 온건 지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제가 제레미 아이언스가 비중 있게 출연한 영화를 제대로 본 건 단 세편—『데미지』의 치명적인 불륜에 빠지는 정치인, 『다이하드 3』의 지적이고 카리스마 넘치는 테러리스트, 그리고 『마진콜』에서는 냉철하고 계산적인 투자은행 CEO 역할이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처음엔 이 책의 따뜻하고 담담한 내러티브에 그 강렬한 이미지들이 자꾸 겹치더군요. 사실, 장작불 앞에서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차분하게 들어야 제 맛인 이 아름다운 소설의 몰입에 그 영화들로부터 각인된 강렬한 이미지가 초반 몰입에 큰 장애물이 되었음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산티아고가 이집트를 떠나기 전에 이미 그 이미지는 홀연 듯 사라지고, 그의 목소리는 살렘의 왕 멜기세덱(Melchizedek)이 되기도 하고, 연금술가가 되기도 하며, 때로는 주인공인 산티아고 자신이 되기도 합니다. 이 아카데미상에 빛나는 노련한 배우의 목소리에 이끌려 산티아고의 여정은 점점 더 깊은 사막의 색으로 물들어 갑니다. 그의 목소리는 모래 위를 스치는 바람처럼 이야기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마침내 저는 그 사막 한가운데 서 있게 되더군요.
이 소설의 핵심 주제이자, 주인공 산티아고가 운명을 따라가는 여정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유명한 표현이 있습니다.
When you want something, all the universe conspires in helping you to achieve it.
소설 전반에 걸쳐 여덟 번이나 등장하더군요. 한 문장 한 문장 연필로 표시해 놓았습니다. 저도 좀 더 인생을 살아보고, 언젠가 20년쯤 뒤에 다시 읽게 된다면, 그때의 나에게 이 문장이 어떤 감정으로 다가올지 궁금합니다. 20년 뒤의 나는 과연 나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끊임없이 나아갔는지, 그리고 그 길 끝에서 내가 찾은 보물이, 정말로 내 마음이 원했던 것이었기에 미소 짓고 있는 나 자신을 바라봅니다.
마지막으로,
‘따뜻한 커피를 부르는(저는 그렇게 부르고 싶군요)’ 감미로운 제레미 아이언스의 목소리로, 날씨 좋은 가을날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자세로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 이 책의 마지막 구절을 천천히 음미해 보는 것도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It’s true; life really is generous to those who pursue their Personal Legend, the boy thought. Then he remembered that he had to get to Tarifa so he could give one-tenth of his treasure to the Gypsy woman, as he had promised. Those Gypsies are really smart, he thought. Maybe it was because they moved around so much.
The wind began to blow again. It was the levanter, the wind that came from Africa. It didn’t bring with it the smell of the desert, nor the threat of Moorish invasion. Instead, it brought the scent of a perfume he knew well, and the touch of a kiss—a kiss that came from far away, slowly, slowly, until it rested on his lips.
The boy smiled. It was the first time she had done that.
“I’m coming, Fatima,” he sai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