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 책에 빠짐없이 등장하는 대표적인 상징물 "봉 제수스 두 몬테(Bom Jesus do Monte)"로 가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두른다. 봉 제수스 두 몬테 성역은 포르투갈의 가장 중요한 랜드마크이자 "인생은 목적지가 아니라 여행이다"라는 격언을 잘 보여주는 곳이라 한다.
세상에서 가장 오래되었으며 수력으로 운행하는 푸니쿨라 (Bom Jesus Funicula) 케이블카를 탑승하기 위해 일찍 도착하여 케이블카 문이 열리는 시간을 기다렸다. 늦게 도착하면 봉제수스 두 몬테에 가기 위해 푸니쿨라에 타려는 탑승객들이 밀리기 때문이다. 9시가 되자 문이 열리며 우리 일행은 첫 푸니쿨라를 타고 산 꼭대기 위로 올라가고 버스는 맞은편에서 기다린다.
1882년 성소에 대한 접근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브라가와 언덕을 연결하는 봉 제수스 푸니쿨라 케이블카가 건설되었으며 이베리아 반도에서 건설된 최초의 케이블카라고 한다. 푸니쿨라는 밧줄의 힘으로 궤도를 오르내리는 산악 교통수단이며 처음에는 댐 기술자들을 실어 나르는 용도로 사용되었다가 나중에는 관광 상품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트램은 강철 케이블로 연결되어 있고 최대 경사가 46도나 되며 엔진이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총 이동 시간은 2~4분 정도로 짧은 거리를 운행하지만 수력을 이용하여 산을 올라가는 것은 과거로 시간이 돌아가는듯한 인상을 준다.
포르투갈 북부 브라가 근처의 봉 제수수 두 몬테는 가톨릭 순례지로 특히 이곳은 "순례의 산"으로 불리며 573개의 계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처음엔 순례자들을 위한 산속의 작은 기도 공간이었다. 1722년 브라가의 대주교에 의해 성지화 작업이 시작되면서 바로크 양식으로 만들어졌다가, 18세기말에 신고전주의 양식으로 재건축하여 1834년에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되었으며 2019년에 유네스크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다.
푸니쿨라에서 내리자 573개의 장엄한 계단이 펼쳐지고 있다. 어떻게 이렇게 높은 곳에 이런 아름다운 건축물을 만들 수 있을까?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리나라 사찰이 산속에 있는 것과 비슷하게 가톨릭 성지인 봉 제수수 두 몬테도 산꼭대기 높은 곳에서 브라가 시내를 한눈에 담을 수 있었다.
브라가 시내의 아름다운 전망을 뒤로한 채 지그재그 형태의 573개 계단을 오르면 각 층마다 포수와 조각상을 보게 된다. 17개의 층계가 구불구불 놓여 있고 그 층계 사이마다 분수와 우화적인 조각상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순례자들은 계단을 오를 때 처음에는 무릎을 꿇고 오르도록 권장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물질세계의 감각과 정신의 미덕을 기르는 신학 프로그램을 따르고, 동시에 예수의 수난의 장면을 경험하였다고 한다.
계단을 따라 놓인 다양한 형태의 분수는 신자들의 정화를 상징한다고 한다. 화강암과 하얗게 칠해진 벽등 바로크 양식이 가미된 계단을 순례자들의 발자취를 따라 종교의 의미를 지닌 계단을 한 걸음씩 올라가 본다. 때로는 분수 앞에서 분수의 모습을 흉내 내며 천천히 가톨릭의 정신을 음미하며 정상에 오른다.
언덕 꼭대기로 올라가면 바로크 양식의 교회가 나온다. 여러 인생의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바로 그 노력의 정점이 언덕 위에 세워진 하나님의 성전이다. 이곳은 기독교 순례지이자 신성한 산중 하나로 영혼이 정화되는듯한 기분을 저절로 느끼게 한다.
특히 위에서 바라본 전망은 계단이 균형을 맞춰 잘 조화를 이루며 이곳을 더 아름답게 만들고, 기하학적인 선과 흑백패턴의 조화로 멀리 보이는 브라가 전경과 더불어 봉 제수수 두 몬테 건축물에 다시 한번 감탄을 하였다. 옆에는 잘 조성된 정원이 있어서 자연의 소리와 깨끗한 공기를 마시며 여행의 묘미를 다시 한번 느껴본다. 우리가 올라오는 계단의 과정에 힘든 인생의 다양한 역경이 있었겠지만 결국은 그 역경을 딛고 올라가 마음의 평화를 느끼려고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어설픈 생각도 해본다. 이곳 브라가 시내를 내려다보며 중세의 아름다운 건축물 앞에서 세상은 너무 다양하고 나의 조그만 시야로 담기엔 너무 벅차다는 느낌이 든다.
봉 제수수 두 몬테교회를 내려와 브라가 시내로 들어선다. 브라가 대성당을 비롯한 많은 건물들이 포르투갈의 전통방식인 아줄레주 양식의 오랜 건물들을 유지하고 있었다.
특히 이 지역에 있는 맥도널드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매장으로 유명해 잠시 안으로 들어가 구경해 본다. 다른 상업적인 맥도널드와 다르게 벽화가 예쁘게 그려진 맥도널드는 들어가는 입구부터 위엄을 자랑하고 있고 안에는 많은 사람들이 햄버거를 먹으며 창으로 들어오는 따스한 햇살 속에서 담소하고 있었다.
거리가 여러 곳이 공사 중이어서 조금 아쉬웠지만 아줄레주 양식의 건축이 남아있는 유명한 상벤투역으로 향한다.
이야기를 품은 아줄레주 내부는 기차역이라고 보기 힘든 정겨운 곳이다. 옛 문화를 고이 간직한 기차역에서 오고 가는 사람들을 구경하고 있으니 마치 다른 세계에 온 것 같다.
상벤투역을 빠져나와 거리에 나가보니 예쁜 거리 위에 다양한 공연이 펼쳐진다. 버스킹 하는 남자의 색소폰 소리가 울려 퍼지며 거리를 물들이고 거리에서 그림 그리는 사람 주변엔 어린아이들이 올망졸망한 눈으로 그림을 보며 화가와 이야기하는 모습도 정겹다.
60년대나 나올법한 큰 카메라를 든 멋진 여성은 앞에 서보라고 하며 사진을 찍어준다. 그리고 즉석에서 포루투 옛날 신문에 구 신문답게 흑백으로 사진이 찍힌 얼굴을 내민다. 가던 일행들이 너도나도 사진 찍기 위해 줄을 선다.
거리가 아기자기하게 예쁘기도 하지만 흥미 있는 볼거리들이 많아 저절로 기분이 즐거워진다. 여행의 묘미는 바로 이런 기쁨이 아닐까? 낯선 곳에서 발견하는 마음속 우러나는 흥을 느끼며 거리 분위기를 흠뻑 마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