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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낭 바닷가의 황홀한 결혼식

말레이시아-페낭여행

by 청현 김미숙

아침에 눈을 뜨자 파란 하늘이 눈부시게 다가온다. 호텔 침대에서 바라보는 하늘은 손에 닿을 듯 가깝게 느껴지며 파란 하늘 밑의 구름들이 다가와 말을 거는 것 같다. 요즘엔 구름을 바라보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한다. 휴양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왔으니 호텔에 있는 시간을 즐기자고 마음을 먹는다. 매일 밖으로 나가니 제대로 이곳의 분위기를 맛볼 시간이 없었다. 따뜻한 공기가 느껴지자 추운 한국의 겨울 날씨를 생각하며 작은 행복감을 느껴본다.

바다에 가까이 가기 위해 로비 밖을 나오니 예식이 있는지 꽃장식의 아치형의 프레임이 바다를 향해 아름답게 세워져 있었다. 영화에서만 보던 바다를 바라보며 결혼하는 신랑 신부를 보는 순간이었다. 환상 속에서만 상상하던 결혼식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조금 흥분이 된다.


호텔 앞부터 그들의 결혼을 알리는 안내판이 서있고 로비에는 하객들을 위한 선물이 쌓여있다.


바닷가에는 한국에서 보지 못한 피로연의 장소가 마련되어 있었다. 신랑신부의 사진들이 대형 스탠드로 서있고 그 사이사이에 피로연 테이블이 놓여있었다. 특이한 것은 신랑신부에게 남길 메세지함도 마련되어 새로운 부부의 탄생 메시지를 전해주는 코너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보드판(wishing board)에 적힌 글들은 신랑신부에게 참 뜻깊은 선물이 될 것 같다. 돈봉투만 내는 우리의 관습과는 달라 더 친근감이 느껴진다.

대형 스탠드로 세워진 신랑신부의 예쁜 모습이나 사진 위에 새겨진 글귀등이 내 시선을 끌었다. 바다에 펼쳐진 결혼식과 피로연은 정말 의미 있는 따뜻한 결혼식이 될 것 같다.

오후가 되자 예쁜 의상을 입은 하객들이 모여들고 드디어 예식이 시작된다. 해가 바다를 지나가며 남겨놓은 빨간 구름을 하늘에 두고 파란 바다를 배경으로 결혼하는 신랑신부는 얼마나 행복할까? 주례는 바다를 등지고 서있고 멋진 남성과 하얀 면사포를 쓴 예쁜 신부가 입장한다. 양옆에 금빛 리본을 단 의자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일어나서 신랑 신부를 박수로 맞이한다. 얼굴에 행복한 미소가 떠나지 않는 신랑 신부를 보며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띠어진다.

예식이 끝난 후 피로연도 바로 옆 공간에 테이블을 두고 바닷바람을 맞으며 와인을 손에 들고 즐겁게 담소를 나눈다. 잔잔한 음악소리와 그들의 가벼운 춤이 인상적이다. 신랑 신부도 그들과 합류하여 칵테일을 마시며 피로연을 즐기고 있다. 웃음소리가 바다를 향해 퍼져나간다.




한쪽 옆 수영장에 있는 테이블에 커피를 마시며 그들을 보고 있는데 한 남성이 말을 건넨다. 그는 우리 호텔에 투숙하지는 않았지만 결혼식이 열리니 구경을 왔다고 한다. 미국인인 그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깜짝 놀라며 4년 정도 용산기지에 있었다고 자랑을 한다. 한국에서의 일들이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다. 참 세상이 좁긴 한가 보다. 하필 한국에 잠시 있었던 사람이라니... 처음 만나는 사람 앞에서 오랫동안 사귄 사람처럼 대화하는 그를 보니 조금 어이가 없었지만 그도 말할 상대가 필요했나 보다 하고 잠시 이야기에 귀를 기울어 준다. 젊었을 때는 외국인과 대화하면 신기하고 영어 연습해야 할 것 같아 한마디라도 더 하려고 했는데 늙어서인지 내 휴식을 방해하는 것 같아 핑계를 대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수영장이 있었지만 한 번도 수영을 하지 않는 나의 게으름을 책망하며 저물어가는 바닷가에 발을 담궈 발바닥에 부서지는 모래를 부드럽게 느껴본다. 뜨거운 해를 품었던 바다의 온기가 그대로 전해지며 서서히 밤을 준비하는 바다를 바라본다.

하나둘 켜지는 불빛아래 결혼식이 끝나고 까만 밤을 배경으로 꽃을 단 아치형 프레임만 동그라니 남아있다. 신랑신부를 빛내줬던 꽃들이 이제는 밤바다를 배경으로 조명을 받으며 더 아름답게 서 있다. 마치 신랑 신부의 황홀한 밤을 축복이라도 하는 것처럼 화려하게 빛나고 있다. 나도 그들의 미래가 오늘 결혼식에서 약속한 행복한 마음을 오랫동안 간직하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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