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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돈의 4월

에세이

by 청현 김미숙

2025년 4월 한국의 봄은 혼돈 속에 있다.

기후도 변덕을 부리는지 겨울은 봄에게 쉽게 자리를 내주지 않는다. 3월에 때아닌 폭설이 내리는가 하면 찌뿌둥한 흐린 날과 바람을 동반한 비가 내려 4월이 왔는데도 쉽게 겨울옷을 벗지 못한다.

설렘 속에 피어난 목련도 차가운 바람과 폭설에 놀라 꽃을 채 피우지 못하고 나무에 매달린 채 누렇게 변해가고, 잠시 봄햇살과 봄비에 눈을 뜨던 개나리도 이내 고개를 숙이고 있다.

광화문 앞에는 여러 깃발이 뒤섞인 채 탄핵찬성과 반대의 목소리가 4월의 하늘을 뒤덮고 있고, 광화문은 경복궁 입구를 막은 채 굳게 닫혀있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고 경복궁을 구경하려던 외국인들도 놀라 불안한 눈동자를 굴리며 주시하고 있다. 같은 민족들의 함성이 누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별되지 않은 채 혼란의 회오리를 남기며 메아리로 되돌아오고 있다.

유난히 추웠던 한국의 겨울 그리고 추위 못지않게 앞날을 예측할 수 없는 지독한 불안과 막막함에 떨어야 했던 우리의 영혼은 따뜻한 봄이 왔는데도 여전히 봄을 맞이하지 못한 채 겨울의 음울함에 사로잡혀있다.

앳된 얼굴을 한 경찰들은 행여나 폭동과 사고가 일어날까 봐 아침 일찍부터 행렬을 이루고 있고, 안국역과 광화문을 통과하는 차량은 속도를 내지 못한 채 대기상태로 서있다. 모든 것이 정지된듯한 한국의 4월이다. 구름이 잔뜩 낀 봄날의 하늘은 우리 마음처럼 흐리고 답답하게 잔뜩 찌푸려있다.

그러나 변덕스러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꽃망울이 올라오는 꽃들과 나무줄기마다 새싹들이 올라오는 것을 보면 시간은 어김없이 흐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나온 역사가 말해주듯 혼란스러운 가운데도 시간은 계속 흐르고 그 속에서 우리의 삶도 이어져 간다. 미래의 후손들은 2025년 이 혼돈과 재난의 시기를 어떻게 기억할까? 후손들에게 자랑스럽게 물려주어야 할 이 땅에 지금의 함성이 봄이 찾아오듯 희망을 주기를 바라고, 지금의 작은 행동들이 큰 변화를 일으켜 전화위복이 될 수 있는 굳건한 나라가 되기를 바라본다.

내일은 4월 4일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일을 맞아 안국역과 광화문 그리고 한남동 일대에 더 큰 집회가 열리고 어떤 충격적인 소식이 기다릴지 모르지만, 이 혼란과 어둠 속에서 봄이라는 희망이 다가올 거라고 굳게 믿어본다.

짓밟히는 잔디가 더 강하게 살아남듯이, 작은 싹들이 조금씩 자라나 한여름에 녹음을 주는 나무들처럼 이 함성들이 개인의 이득이 아닌, 우리나라를 이 세계 속에서 살아남아 지킬 수 있는 외침으로 가져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202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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