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Tea) 이야기
녹차의 조그만 찻잔을 마주 대하면 커피와 달리 자세부터 반듯해진다. 머리가 복잡하여 잠시 힐링하고 싶을 때 찻잔을 대하며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차를 마실 때는 두 손을 사용해 찻잔을 들며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한다.
I am precious.(나는 소중합니다)
I am valuable.(나는 귀중합니다)
I am treating myself today.(나는 오늘 나 자신을 대접합니다)
차문화 강의를 들으며 나에 대한 자존감도 키우고 모처럼 머리를 비우며 따스한 차를 조금씩 마셔본다.
녹차의 종류에는 녹차/백차/황차/청차/홍차/흑차등 다양한 차가 있지만 오늘은 녹차와는 조금 다른 말차를 음미해 본다.
아이스 말차는 녹차에서 보지 못한 거품이 위에 떠있어 신기했다. 이 거품이 우리가 아는 사포닌 성분이다. 녹차보다 조금 더 진하고 고소한 향이 혀를 적신다.
말차란 무엇일까?
녹차의 일종이지만 녹차의 형태와 재배방법부터 다르다.
우선 '텐차'라 불리는 찻잎을 재배하는데 이때 찻잎이 한두 잎 나올 무렵, 채엽부 위에 95-98% 정도의 차광막을 씌어 15-20일 광선을 차단시켜 재배한다. 햇빛을 차단하면 떫은맛을 내는 카테킨 함량이 줄어들고 데아닌, 아르기닌, 글루타민산과 같은 아미노산 그리고 녹색을 내는 엽록소가 증가되어 맛도 증가되고 감칠맛을 살린다.
다 자라 수확된 잎은 증열과 건조과정을 거쳐 산화를 막고 부드러운 잎만 남겨 전통적인 맷돌로 곱게 간 것이 말차이다. 즉 말차란 맷돌에 곱게 갈린 녹차가루를 뜨거운 물에 휘저어 마시는 차이다. 말차는 2% 정도의 농도에 물온도 85도 전후로 30초간 거품을 내어 먹는데 색 향기 맛등은 거품의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 거품을 빠른 속도로 잘 저어주어야 풍부한 거품을 낸 말차를 마실 수 있다.
특히 이 말차는 일본의 전통차 문화와 깊게 연결되어 있다.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중국의 송나라 시절부터 찻잎을 가루로 빻아 마시는 방식이 깨달음을 얻고자 하는 선(禪) 문화와 연결되어 중국에서 선불교와 함께 이 차문화를 일본으로 가져왔다고 한다.
특히 이 차는 이도다완(井戶茶碗)이라는 찻사발의 다완을 사용하는데 '기자에몬 이도(喜左衛門井戶)'라는 이도다완은 일본의 국보 제26호로 지정되어 있을 정도로 차문화를 중시 여긴다. 찻사발의 왕중왕이라 불리는 이도다완이다.
<사진출처: 네이버>
아이러니하게도 국보로 지정된 이도다완은 조선에서 제작된 막사발(투박한 찻사발)로 일본 다도에서는 '천하제일'이란 평가를 받으며 귀족과 다인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커피산업의 발달로 희미한 선조의 유품으로 남아 씁쓸한 마음이다.
제작과정에서 여러 개를 겹쳐 구워지면서 생긴 자국으로 위조가 어려우며 매화피라는 자연스럽게 형성된 무늬와 황갈색을 띤 아름다운 조선 도자기이다. 임진왜란이 이도다완을 비롯한 조선 도자기를 탈취하기 위한 전쟁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일본 다도 문화에서 매우 귀중하게 여겨진다.
말차의 효능은 뭘까?
장점:
영양소의 완전 섭취-말차는 찻잎 전체를 가루로 만들어 섭취하기 때문에 항산화제, 비타민, 미네랄 등 모든 영양소를 온전히 흡수할 수 있다.
항산화 효과-말차에는 카테킨과 같은 강력한 항산화 물질이 풍부하여 노화 방지와 세포 보호에 도움
집중력 향상: 테아닌 성분이 풍부하여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효과적이다.
체중 관리: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지방 연소를 돕는 효과가 있어 다이어트에 유용하며 말차의 거품으로 사포닌성분이 있으며 지용성비타만 ADEK가 풍부하다.
단점:
카페인 함량: 말차는 카페인이 많아 과다 섭취 시 불면증이나 심장 두근거림을 유발할 수 있다.
가격: 제조 과정이 복잡하고 고급 원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일반 녹차보다 비싼 편이다.
특유의 맛: 말차의 쌉쌀한 맛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며, 일부 사람들에게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항상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말이 있듯이 이 말차는 하루 1-2잔 정도 마시면 건강 슈퍼푸드이다. 말차를 각자의 입맛에 맞게 이용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가장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것은 말차 가루를 따뜻한 물에 푼 뒤, 따뜻한 우유를 추가하고 꿀이나 바닐라 시럽으로 맛을 내는 말차라테이다. 녹색 가루를 저으면서 연둣빛 거품이 올라오는 모습은 차를 우려내는 것과 다른 조용한 기쁨을 주었다.
말차 스무디나 말차 펜케이크 그리고 말차 아이스크림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가장 쉬운 방법은 밥 할 때 조금 넣어 먹어도 된다. 녹차도 우려낸 후 녹차잎을 버리지 말고 밥을 지으면 더 오래 보관된다고 한다. 녹차잎을 김밥에 넣어 만든 것도 맛이 있었다.
차는 단순한 음료가 아닌 선과 연결된 수행의 도구이다. 차를 마시려면 수많은 정성과 손길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듯이 차 마시는 동안에는 깨끗한 마음과 힐링을 할 수 있어서 차를 마시는 일은 좋은 것 같다.
차나무는 꺾꽂이로 해도 잘 자라는데 투명한 유리병에 차나무 가지를 넣고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 두면 한 달 후에 새싹이 돋는 것을 볼 수 있다.
이 새싹을 말차라테에 살짝 띠우니 더 운치 있는 멋진 음료가 된다. 이 음료를 먹기전 에쁜 다과를 먼저 먹고 말차라떼를 먹으니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하다.
차나무 가지를 한 개 얻어와 조그만 유리병에 넣어두고 한 달 후 새싹이 돋아날 모습을 상상하니 오늘 하루가 더 충만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