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의 속삭임

세이스강의 자작시

by 세이스강 이윤재

고목의 속삭임 / 세이스강(이윤재)

저 멀리 산등성이에 고목이 서 있네
매듭진 나이테는 세월의 자국 삶의 무게를 머금고
바람은 차갑고 그 틈새로 몸을 감싸보지만
날아간 잎새들은 돌아오지 않아

외로운 잔가지만 남았네

대지는 생명을 품었지만
그 발밑에 흙은 점점 메마르고
강물은 흐르지만 그 물결 속엔
손을 적실 만한 온기조차 사라진 지 오래

숲 속의 모든 나무는 말을 하지 않네
침묵 속에서 무겁게 흔들리는 자존심
나는 버틴다고 속삭이며 그 누구도

그들의 깊은 외로움은 듣지 못하네

누군가 쥔 작은 등불에 점심의 밥 한 공기
그리고 길 위에서 받은 작은 동전 몇 닢
그 빛은 잠시나마 어둠을 걷히게 하지만
그들의 새벽은 여전히 싸늘하고 멀리

이 고목들은 여전히 서 있으리
그 뿌리가 희망의 토양을 만나기 전까지
그 땅에 따뜻한 비가 내려야만
그들의 잔가지엔 다시 싹이 틀 테니

이 현실의 슬픔 속에서도
작은 희망의 빛줄기가

언제나 숲에 깃들기를

*초고



고목의 속삭임 / 세이스강(이윤재)

저 멀리 산등성이에 고목이 서 있네
매듭진 나이테마다 세월의 흔적이 새겨지고
잎새는 바람 속으로 사라졌으나
빈 가지는 하늘을 향해 떨고 있네

푸르렀던 날의 햇살을 움켜쥐던 손길
그 기억은 깊은 침묵 속에서 바스러지지만
흙마저 숨죽인 대지 아래에서
고목은 여전히 뿌리를 내리며 기다리네

거리에서 스친 낡은 외투의 자태
그 자존심은 침묵 속에 묻혀 있지만
누군가의 미소와 작은 동전 몇 닢이
잠시나마 어둠을 걷히게 하네

그러나 여전히 고목들은 서 있네
아무도 들을 수 없는 속삭임을 품고
하늘로 뻗은 앙상한 가지 끝에서
다가올 따뜻한 비를 꿈꾸며

그날이 오면
메마른 땅에도 생명의 새싹이 돋고
고목의 가슴 속 깊은 곳에서도
푸른 노래가 다시 흐르리라

*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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