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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키로 Feb 03. 2022

가위소리

"삭삭삭"

"~삭"

"삭삭삭 삭~삭~삭"

4분의 3박자 리듬 같고.

왈츠(waltz)의 경쾌한 리듬 같고.

엿장수의 가위소리처럼 흥겹게 어깨 들썩거리는 요란한 박자는 아니고, 발가락 한 두 번 까닥거릴 듯 말 듯한  박자 같은.

딱히 콕 찍어 말할 수 없는 바버의 가위소리.

고객의 머리에 따라 리듬과 박자를 달리하는 바버의 가위소리.

십중팔구 이 소릴 이길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하다.

무더운 한낮에 어린 아길 제우며 중얼거리는 할머니의 자장가처럼,

세상모르게 잠든 아기의 숨소리처럼,

똑딱똑딱 최면을 거는 시계 소리 같은 가위 소리는 모든 이를 에 들게 한다.

집체만 한 배불뚝이 아저씨도,

까칠한 청년도,

고집불통 노인도,

천방지축 어린이도 모두 다 이 마법에 걸리면 헤어 나올 수 없다.

잠엔 장사가 없듯이 가위소리에도 장사가 없다.

가위소리의 마법은 계절도 시간도 날씨도 따지지 않고 천천히 물에 젖어드는 종이처럼 살며시 스며든다.

노련한 바버의 가위 소리는

개나리 피는 봄엔 소곤소곤 속삭이는 엣말 같고,

무더운 한낮에는 깊은 숲 속 작고 얕은 개울물 소리 들리듯 졸졸졸 하고,

가을엔 아장아장 아기 걸음에 낙엽이 바스락거리는 소리 같고,

추운 겨울엔 함박눈 쌓이는 소복소복 소리 같이 들린다.

늘 듣는 가위소리는 따뜻한 물이 목덜미를 타고 흐르듯 부드럽기만 하다.

이런 가위소릴  들으면,

눈꺼풀이 축 늘어져 내려오고 몸은 노곤노곤 해지면서 대부분 졸거나 잔다.

"꾸벅꾸벅"

"끄덕끄덕"

"흔들흔들"

정해둔 박자도 리듬도 없이 흔들리는 머리들.

한참을 이리저리 흔들리는 머리는 어느새 가위 소리에 박자를 맞추고 다.

나이 든 노련한 바버정신없이 흔들리는 머리에 아랑곳없이 요란한 머리를 파트너로  멋들어진 왈츠를 추어된다.

또한, 바버의 신들린 가위소리는 유럽의 사교계를 장악한 음악처럼 무도회를 사로잡고 있다.

"삭삭삭 삭삭삭"

지금도 멋들어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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