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치아의 치료
치아가 너무 많이 흔들려서 결국 뽑게 될 정도까지 내버려 두다가 치과에 오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여쭤보면 흔들리게 된 지 수년이 지난 경우가 많습니다. 왜 진작 오지 않았냐고 물으면, 대부분 치과에서 이를 무조건 뽑으니까 저절로 뽑힐 때까지 그냥 쓰는 게 낫겠다 싶어서 그랬답니다. 흔들리는 치아라고 해서 무조건 뽑는 것은 아닌데도 환자들은 오해하고 뽑는 게 두려워서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말입니다. 치아를 살려서 쓰는 기술이 부족했던 예전을 생각해보면 어르신들의 말씀이 이해가 됩니다. 하지만 이제는 흔들린다고 무조건 이부터 뽑지는 않습니다. 잇몸병에 대한 잘못된 상식들을 고쳐야 할 때입니다.
치주질환은 20세 이상 성인의 절반 이상, 40세 이상은 80% 이상이 앓고 있어 국민병이라고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질환입니다. 그런데도 이 흔한 치주질환에 대한 예방법과 치료 방법에 대해서는 잘못 알려져 있는 것이 많습니다. 특히 치주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치료를 포기하고 뽑힐 때까지 힘들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것만 뽑고 나머지 치아는 보존하는 방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일단 치주질환으로 이를 뽑게 된다면 나머지 치아에 대한 치료와 뽑은 자리에 해 넣는 보철물에 대한 계획이 필요한데 이때 치료계획은 일반적인 치료와는 다르게 치주 보철 관점에서 치료해야 합니다. 많은 경우 이러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지 않아서 치료 시기를 놓치게 됩니다.
치주라는 것은 치아의 주변, 즉 치아를 감싸고 있는 뼈조직과 잇몸 조직 등을 총괄적으로 부르는 말입니다. 치주학(Periodontology)은 그 부위에 대한 질병과 치료를 다루는 학문입니다. 보철은 우리 몸의 상실된 부분을 인공 보조물로 대체하는 것에 대한 연구와 치료를 다루는 분야입니다. 치과에서의 보철은 치과보철학(Dental Prosthetics)은 상실된 치아와 주변 조직에 대한 인공치아 및 조직 대체물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이 두 가지 학문의 결합은, 말하자면 치아와 주위 조직의 상실에 대한 치주적이고 보철적인 접근을 동시에 시행하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치주적인 치료와 상실된 조직에 대한 대체물로 보철이 필요하고 또 치주적으로 안정된 저작기능의 회복을 위해 보철이 필요합니다. 단순 보철과 다르게 치주 보철은 치주의 지속적인 관리(maintenance)가 용이하도록 보철적인 디자인이 필요합니다.
전문적인 치주치료 및 보철치료를 위해서는 치주 보철치료의 경험이 많은 분을 찾으셔야 합니다. 예전에는 이런 개념으로 치료하는 분이 적었지만 이제는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흔들리는 치아라고 해서 모두 뽑는 것은 아니니까 치료 시기 놓치지 마시고 꼭 상담을 받는 것이 좋으시겠죠?
치주 보철 치료의 치료계획에 있어서 중요한 점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첫째, 발치할 치아를 잘 선별해야 합니다. 치주 보철의 가장 기본적인 개념은 스플린팅(splinting)입니다. 스플린팅이란 말 그대로 연결해서 묶는 것을 말합니다. 즉 치아를 보철로 연결해서 보강된 저작기능을 얻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때 흔들리는 모든 치아를 다 뽑는 것이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치근이 1/3 이상 남아 있는 상태에 중등도 동요도(치아 동요도는 치아가 흔들리는 정도를 말합니다. 수평적으로 약간 흔들리는 정도(1mm 이내) 면 1도, 수평적으로 1mm 이상 흔들리는 경우 중등도인 2도, 수평으로 중등도 이상이면서 치아가 빠지는 방향인 수직적인 동요도가 있으면 고도의 동요도인 3도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정도면 발치를 하지 않고 치주 보철의 치아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틀니의 지대치나 브릿지 등의 지대치로 사용하는 보철은 치근 1/2 이상의 뼈가 남아있지 않으면 사용하기 힘들지만 스플린팅을 이용한 치주 보철은 최대한 이를 뽑지 않고 보철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것입니다.
둘째, 임플란트를 병행할 것이냐, 틀니를 사용할 것이냐에 따라서 치료계획을 세워야 합니다. 앞서 이야기한 스플린팅은 다른 외적인 요소 즉 틀니의 지대치로서의 역할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따라서 치주 보철에 따른 무치악 부위의 보철은 틀니가 아닌 임플란트가 해답이 될 수 있습니다. 만약 임플란트가 아닌 틀니를 사용하는 치주 보철이 될 경우에는 동요도가 심한 치아는 발치를 해야 합니다. 즉 틀니의 지대치로 힘을 받기 위해서는 치근 1/2 이상의 뼈가 남은 치아를 적어도 2개 이상 스플린팅해야 힘을 견딜 수 있습니다.
셋째, 지속적인 관리가 없다면 무용지물입니다. 치주 보철은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는 전제로 해줄 수 있는 옵션입니다. 물론 청소하기가 쉽도록 디자인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구강 위생관리가 되지 않는 환자나 지속적인 유지관리가 되지 않는 환자에게는 절대로 권해서는 안 되는 치료 방법입니다.
실제로 다음과 같은 치아 상태로 내원하신 분이 있었습니다.
치아를 잡고 있는 뼈가 많이 녹아서 흔들리는 치아가 많고 앞니는 흔들리면서 앞으로 많이 돌출된 뻐드렁니가 되었습니다. 식사하기 많이 불편한데도 다른 치과에서는 쓰는 데까지 쓰다가 정 불편할 때 이를 다 뽑고 완전틀니를 하든지 임플란트를 하자고 했다더군요. 치과마다 치료계획은 틀리겠지만 이 경우 저는 치주 보철을 이용합니다.
동요도가 너무 심해서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상악의 구치부 보철물과 하악의 전치부와 소구치를 제외한 나머지 치아는 치주 보철로 계획하고 자연치로 연결할 수 없는 상악의 구치부는 최소한의 임플란트로 뽑은 자리를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위 증례를 치주 보철과 최소의 임플란트로 대체한 치료는 아래와 같습니다. 현재 10여 년 가까이 별문제 없이 사용하고 계십니다.
이러한 치주 보철의 장점은 동요도가 많던 치아들이 서로 묶여서 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 말고도 심미적으로 많은 개선이 이루어집니다. 즉 뻐드러진 치아가 가지런해지고 돌출되었던 치아들도 정상적인 위치로 회복이 되지요.
아직도 많은 어르신들이 흔들리는 치아를 치료하지 않고 뽑힐 정도로 망가질 때까지 방치하고 계십니다. 치주 보철은 틀니의 불편함과 전체 임플란트 치료에 따른 경제적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효과적인 치료 방법입니다. 이를 다 뽑아야 할 정도로 흔들릴 때까지 절대로 기다리지 말고 병원으로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