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치아의 치료
사람의 치아는 28개입니다. 사랑니를 포함하게 되면 32개입니다. 사랑니는 ‘제3대구치’라고도 부릅니다. 즉 큰 어금니 중 세 번째 치아란 말이지요. 원시인은 거의 모두가 이 사랑니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현대에는 정상인의 30% 이상이 사랑니가 없습니다. 식생활의 변화와 턱 운동 감소 내지 약화로 턱뼈가 작아지게 되고 기능적으로 퇴화된 것입니다. 사랑니가 없는 사람에게 ‘진화가 잘 된 현대인’이라고 농담을 하는 것은 그런 이유입니다.
문제는 턱뼈는 작아졌는데 사랑니는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에는 쓰러지거나 구석 공간에서 자리를 잘 못 잡아서 염증을 일으키는 골칫거리가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대게 사랑니가 나는 시기에는 무척 아픈 통증을 일으킵니다. 사랑니가 올라오는 시기는 16세 전후입니다. 이팔청춘의 시기, 사랑할 나이라서 사랑니인 것이죠. 서양에서 wisdom tooth (지치; 智齒)라고 부르는데 그것보다는 우리말이 더 낭만적인 것 같습니다. 여하튼 사랑할 나이, 지혜가 생기는 나이인 그 시기에 우리나라 대부분의 청춘들은 지식만 쌓기에 열심입니다. 아무쪼록 사랑과 지혜를 배우는 시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사랑니를 꼭 뽑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정상적으로 잘 사용하는 사랑니는 관리만 잘하면 평생 쓸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사랑니의 80% 이상은 뽑아야 하는 사랑니이기 때문에 사랑니가 날 시기에는 검사를 꼭 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나중에 아프면 뽑지 뭐’라고 쉽게 생각하실 것 같아서 미루지 말아야 할 대표적인 예를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 사랑니 때문에 앞니가 망가지는 경우입니다. 20대, 30대에 사랑니 주위가 아파서 오는 분들 중에 많은 경우가 쓰러진 사랑니가 앞니를 썩히는 경우입니다. 사랑니는 뽑으면 되지만 앞니는 중요한 두 번째 어금니이기 때문에 잘 보존해야 함에도 사랑니 때문에 망가지니 속상하겠죠? 심한 경우 뿌리가 썩게 되어서 치아 2개를 한꺼번에 뽑게 되는 안타까운 경우도 있답니다.
둘째, 임신한 여성들이 사랑니 때문에 고생하는 것을 많이 봤습니다. 임신 기간 중이라도 사랑니가 문제가 되면 뽑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마취도 해야 하고 약도 먹어야 하니까 응급상황이 아니면 임신 중기나 출산 후로 미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사랑니 통증을 참다가 심하게 부어서 응급실로 실려 가는 여성들도 종종 있습니다. ‘시집가기 전에 사랑니는 꼭 뽑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교수님 말씀이 시간이 지나니 저도 이해가 되더군요.
셋째, 유학이나 이민을 갔다가 사랑니 때문에 한국으로 다시 들어오는 분들이 꽤 있습니다. 미국이나 호주 등 치과 진료비가 아주 비싼 나라는 사랑니 4개를 다 뽑는데 수백만 원이 듭니다. 겸사겸사 한국에 나와서 뽑는 것이 이득일 때가 많기 때문이지요. 비슷한 경험을 한 분들은 한국에 들어오면 반드시 치과 검진을 받으신답니다.
이런 예만 들어도 사랑니를 뽑을지 말지에 대한 검사를 꼭 해봐야겠지요?
사랑니는 뽑을 때도 힘들지만 주의사항을 잘 지키지 않으면 더 고생할 수도 있기 때문에 잘 숙지하고 있어야 합니다. 치과와 관련된 의료 관련 소송 중 사랑니 발치가 단연 많다는 것은 그만큼 주의사항이 많다는 얘기도 되지요. 가장 흔한 것은 지혈이 잘되지 않는 것입니다. 지혈이 잘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3~4일은 빨대를 사용하지 말아야 합니다. 이런 주의사항을 말했을 때 “키스해도 되나요?”라고 물었던 당돌했던 여학생이 생각납니다. “안 됩니다. 지혈이 되더라도 다시 피가 날 수 있어요. 혹시 남자 친구가 좋아한다면 분명 뱀파이어일 겁니다. 확인해 보고 싶으면 키스하고 아니면 뽀뽀만 하세요. 아시죠? 키스 말고 뽀뽀요.”라고 다소 썰렁한 답변을 했지요.
지혈을 위해서 발치 후에는 거즈를 물고 있게 됩니다. 이때 거즈는 반드시 1~2시간 이상 꽉 물어야 하고 물고 있는 도중에 말을 하거나 움직이면 아무리 오래 물어도 그 자리 피가 잘 굳지 않아서 다시 피가 날 수 있습니다. 피곤하다고 이를 뽑자마자 집에 가서 자게 되면 피가 흘러 베개가 피로 물들 수 있습니다. 빨대의 사용은 3~4일 금지입니다. 입 안에 생기는 음압이 다시 출혈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담배를 피워도 안 되고 당연히 프렌치키스도 안됩니다.
부기가 3~4일 지속됩니다. 처음 1~2일은 얼음찜질이 부기 방지와 통증 방지에 도움이 됩니다. 뜨거운 음식은 피하고 찬 음식이 좋습니다. 3~4일이 지나면 온찜질을 해줘도 좋습니다. 이때의 온찜질은 부어있는 것을 흡수시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는데 도움을 줍니다. 혈류를 좋게 해서 신진대사가 촉진되면 치유도 빨라집니다.
조금 더 심각한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위쪽 사랑니를 뽑았을 때 상악동 감염으로 축농증이 생길 수도 있고, 아래쪽 사랑니를 뽑았을 때 혀나 입술 등의 감각 이상이 올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 정상으로 회복되지만 적절한 유지관리와 치료가 필요합니다. 개구장애(입을 벌리기 어려움)나 연하장애(삼키기 어려움)등도 생길 수 있지만 모두 정상으로 돌아옵니다.
주의사항만 잘 지키면 사랑니 뽑는 것에 대해서 너무 두려움을 가지시지 않아도 됩니다. 하지만 사랑니 뽑는 거 여전히 고민되죠?
키스 이야기가 나온 김에 한 가지 더 얘기해 볼까요? 치과에서 일하는 치과의사나 치과위생사들은 키스에 아주 민감하답니다. 그 이유는 늘 문제가 되는 입 안을 들여다보니 키스를 하려고 하면 상대방의 입 속이 자꾸 상상되기 때문이죠. 이전에 보았던 치석과 음식찌꺼기가 가득한 환자의 입 안을 생각하다 보면 키스의 로맨틱한 시간도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자발적으로 남자 친구를 병원으로 데리고 와서 스케일링을 해주고 치과 치료를 권하는 경우도 종종 보게 됩니다.
그런데 이런 스트레스가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최근 네덜란드 TNO(응용과학연구원)의 연구진들은 연인 21쌍을 통해서 10초 동안 키스할 경우 무려 8000만 마리가 넘는 세균이 오간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그리고 매일, 지속적으로 키스를 나누는 연인은 서로의 구강 안의 세균총이 비슷하며, 구강 안에 동일한 세균을 공유한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뮤탄스균 등 충치균을 가지고 있는 사람은 그만큼 키스하는 상대에게 충치를 옮길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한 것입니다. 입 안에 충치나 풍치가 가득한데 치료를 하지 않고 키스를 하는 것은 매너가 아니라는 말이지요.
물론 나쁜 쪽으로 생각할 것은 아닙니다. 그 이유는 특정 질병을 유발하는 세균 이외에도 구강 내에는 다른 세균의 침투를 막거나 소화에 도움이 되는 세균 등 순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오히려 키스를 통해서 오히려 충치를 유발하는 세균의 수가 줄어들 수도 있고 다른 감염성 세균에 저항하는 힘도 키워진다는 겁니다. 키스는 혀의 표면에 서식하는 미생물의 상호작용과 신진대사 활동 등을 포함해서 타액의 화학적 반응으로 미각에도 도움을 주기도 합니다. 이성 간의 키스의 긍정적 효과는 사실 연구된 것이 많이 있습니다. 뇌에서 엔도르핀을 생성해서 기분을 좋게 하고 통증을 줄여주며, 스트레스 호르몬의 생성을 막아주기도 합니다. 키스로 칼로리도 소비된다고 하니 키스를 잘해도 살이 빠진다는 말이 틀린 말도 아니겠지요.
구강관리에 늘 신경 쓰시는 분들은 자신 있게 모두 키스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