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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석 Aug 25. 2022

이빨 귀신

문제 치아의 치료

틀니가 좋다며 10년 넘게 잘 써온 어르신께서 ‘이제는 임플란트를 하겠다’고 오셨습니다. 기존의 틀니를 잘 쓰고 계셨던 터라 그 이유를 물으니 ‘손주 녀석이 자신의 틀니를 무서워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할아버지의 틀니를 보고 난 이후에는 품에도 잘 안기지 않는다고 어르신의 상심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19세기 말 제물포항에 도착한 미국인 선교사 알렌은 당나귀를 타고 한양으로 향하는 도중 지금의 역곡 근처의 주막에서 점심을 먹었습니다. 이때 알렌과 동행한 선장이 식사를 하기 위해 틀니를 꺼내 입 속에 집어넣고 음식을 씹어 먹기 시작했습니다. 이때 호기심에 모여 있던 사람들이 모두 놀라서 도망을 갔다고 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구강질환을 한의학의 처방에 의존하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씹었을 때입니다. 지금처럼 치과의 보철치료가 없던 시절이었으니 조선인들에게 틀니의 출현은 분명 놀랄만한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서양 코쟁이들이 이빨 귀신을 데리고 다닌다는 풍문이 돌았습니다.


임플란트가 많이 보편화되긴 했지만 아직도 이가 없는 대다수의 어르신들은 틀니에 의존하고 계십니다. 이빨 귀신같은 이야기를 듣지는 않지만 틀니를 남이 보는 앞에서 빼거나 끼는 것을 꺼려하십니다. 그래서 잠깐이라도 보이지 않게 빼놓는 시간에 보관할 곳이 마땅치 않아 휴지에 둘둘 싸서 보관하기도 하십니다. 때론 이런 분들은 다른 사람이 휴지를 버리는 바람에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틀니는 관리를 소홀하게 할 경우 의치성구내염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식사 후에는 반드시 빼서 깨끗이 닦고, 틀니가 접촉하는 구강 안의 잇몸도 깨끗이 해야 합니다. 그리고 틀니를 닦을 때에는 일반 치약과 칫솔을 사용하면 안 됩니다. 치약에는 마모제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에 틀니에 흠집을 낼 수 있습니다. 틀니에 생기는 미세한 흠집들은 틀니에 세균이 부착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기 때문에 마모제가 없는 치약을 사용하거나 액상세제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세척 시에는 큰 용기나 대야에 물을 받아놓고 그 위에서 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칫 떨어뜨려서 생길 수 있는 파손을 막아야 하니까요. 틀니를 소독하려고 뜨거운 물에 넣게 되면 틀니가 뒤틀려 변형되기 때문에 절대 안 되고 보관 시에는 차가운 물에 넣어서 보관하는 것이 좋습니다.


신발을 신고 잠을 자면 불편하듯이 틀니도 주무실 때에는 빼놓게 됩니다. 이때 틀니용 보관 통에 찬물을 채워 넣어 보관하면 다른 사람이 보게 되는 일이나 잘못 알고 버리는 일이 생기지 않습니다. 보관 시에는 정기적으로 의치 세정제를 사용해서 세정하고 세균을 모두 살균시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잘 관리하는 틀니 하나 열 임플란트 안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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