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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동석 Aug 22. 2022

인내를 요하는 신경치료

문제 치아의 치료

예전에 봉직의로 일했던 병원에서 환자 때문에 치과용 체어가 부서진 적이 있습니다. 화가 나서 체어를 부순 게 아니라 덩치가 산만한 건장한 남자분이 체어에서 들썩거리는 바람에 생긴 일이었습니다. 얼마나 치료가 아팠으면 그랬을까요? 그 치료는 다름 아닌 신경치료였습니다. 치과에서 어른이 소리를 지르고 아파한다면 대부분 신경치료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치과 치료에서 얻은 안 좋은 기억에는 대부분 이 신경치료가 늘 주인공입니다. 그만큼 치과에서 흔한 치료이자 아픈 치료입니다. 


흔히들 얘기하는 신경치료는 학문적으로는 근관치료라는 용어가 더 정확합니다. 근관치료는 영어로 ‘Endodontic treatment’라고 합니다. ‘Endo’는 ‘내부’라는 뜻이며 ‘odont’는 치아라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Endodontic treatment’는 치아 내부에 대한 치료라는 뜻으로 이해하면 됩니다. 미국에서는 이런 치료만 전문으로 하는 전문의가 따로 있습니다. ‘근관치료 전문의(Endodontist)’라고 부르며 우리나라에서는 치과보존과를 전공하신 분들이 이에 해당됩니다. 사실 ‘신경을 죽인다(killing the nerve)’는 표현도 우리나 서양이나 공통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예민하고 아픈 신경을 죽여서 없애버리는 술식이라고 이해하시면 될 겁니다.


신경치료(근관치료)는 치아 속의 치수(혈관과 신경조직)가 충치나 치아 파절(치아가 깨진 경우) 등에 의해 감염이 되어 염증이 생겼을 경우에 시행하게 됩니다. 근관치료의 과정은 몇 단계를 거치게 됩니다. 즉 염증을 일으키고 있거나 감염된 치수를 제거하고, 조심스럽게 치아 내부를 소독하고, 치근부의 치수가 있던 치아 내부의 공간을 적절한 형태로 성형을 한 후, 그 공간을 인공재료로 채우고 밀폐시키게 됩니다. 근관치료 후에는 완전한 치아의 형태와 기능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금관이나 그 외의 다른 수복을 해주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근관치료가 필요한 경우, 증상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치아가 가만히 있어도 아프거나 차가운 것이나 뜨거운 것에 매우 민감한 경우 

2. 치아에 변색이 있는 경우 

3. 치아 옆의 잇몸이 부어 있거나 작은 구멍에서 고름이 나오는 경우 

4. 치아에 금이 가서 씹을 때마다 통증이 있는 경우 


때로는 만성적인 염증으로 아무런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위와 같은 증상이 없이 진행되는 경우는 병소가 훨씬 더욱 커진 후에나 증상이 생길 수 있어서 자칫 치료 시기를 놓쳐버릴 수도 있으므로 정기적인 치과 검진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근관치료가 끝난 치아는 근관치료 과정에서 생길 수밖에 없는 치아의 형태 변화, 즉 구멍을 뚫어 놓고, 씹히는 면을 갈아놓은 것, 신경조직 등의 제거로 인해 치아의 강도 자체가 떨어지는 것 때문에 치아가 파절 되거나 잘 씹히지 않아 저작기능에 이상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을 막기 위해 근관 치료된 치아는 금 등으로 씌워서 보호해주고 다시 온전한 형태로 회복하여 정상적인 저작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실제로 근관치료 후에 치아를 씌우지 않아서 파절 되거나 염증이 재발하여 오는 분이 적지 않습니다. 


정상적으로 근관치료를 받고 씌운 치아는 자연치아와 같이 정상적으로 유지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간혹 근관치료 후에도 통증과 염증이 지속될 수도 있고, 성공적인 근관치료 후에도 수개월, 수년 후에 병소가 재발하여 재치료를 받을 수도 있습니다. 그만큼 근관치료는 어렵고 치과의사와 환자 모두 힘들 수도 있는 치료입니다. 

근관치료는 1회 법으로 끝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정확한 적응증이 없고 의사의 경험에 의존해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술식은 아니고 대부분 3회에서 5회 정도의 내원을 통해 치료를 마치게 됩니다. 몇 번의 근관치료 후에 통증이 없어져서 약속을 어기고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 다시 통증이 있어, 내원할 때에는 대부분 치아를 뽑을 정도로 큰 병소가 있거나 치아가 파절 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따라서 근관치료는 치료하는 사람도, 치료를 받는 사람도 마지막까지 인내를 가지고 마무리해야 합니다.


상상 그 이상의 경험, 신경치료 - 치과 진료실 엿보기


치과 치료를 받은 경험이 있는 분들 가운데에 아프고 안 좋은 기억이 있다면, 신경치료를 받다가 생긴 경우일 겁니다. 근관(신경) 치료는 썩거나 손상된 부분이 신경까지 침범된 경우 신경의 염증을 제거하고, 제거한 빈 공간에 생체 적합한 재료를 채워 넣는 술식입니다. 예전엔 손상된 부분이 치수(치아 속의 신경과 혈관을 포함한 연조직)까지 포함되면, 발치를 통해 통증을 해결하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현재는 치의학의 발달로 신경치료와 이에 동반한 보철치료를 통해서 살려내 치료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통증이 생기고 여러 번 내원해야 하는 번거로움 때문에 힘든 기억으로 남은 경우가 많지요. 


충치가 심해서, 또는 사고에 의해 이가 깨지거나, 오랫동안 마모에 의해서 손상된 부위가 치아 안의 신경에까지 침범된 경우, 치수는 스스로 치유되지 않으며 죽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손상되거나 병든 치수가 제거되지 않으면, 치아와 주위 조직이 감염되게 됩니다. 치료 시기를 놓쳐 제때에 치료를 하지 못하게 되면, 심한 경우 치아를 빼야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신경치료를 도중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사항을 숙지하시고 끝까지 잘 치료를 받으셔야 합니다. 


1. 신경 치료를 받은 후 마취가 풀리면 치아에 통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계속 통증이 있다는 일단 진통제 등을 드셔도 무방하며, 그래도 계속 통증이 심하면 예약 전에라도 반드시 치과에 다시 내원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신경 치료 후 2~3일간은 불편감이 지속될 수 있습니다. 

2. 신경 치료 후 임시로 채워 넣은 수복재는 임시 재료입니다. 강도가 약하고 음식물을 씹을 때 빠지거나 닳아서 파일 수 있습니다. 단단하거나 끈적끈적한 음식물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임시 재료가 완전히 빠진 경우는, 치과에 내원해 다시 봉해야 치료하는 부위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3. 신경 치료하는 치아는, 치아의 삭제량이 많고, 치아 내 치수나 혈관 등이 모두 제거된 상태입니다. 치아가 매우 약해져 있으므로, 딱딱한 음식물은 물론, 이전에 그냥 드시던 음식물로도 치아가 깨질 수 있습니다. 치료가 완전히 끝나서 이를 씌워주기 전까지는 음식 드실 때 조심해야 합니다. 

4. 신경 치료 후 입에서 약 냄새가 나는 것을 느낄 수도 있는데, 이것은 신경 치료를 완료하면 사라집니다. 

5. 신경 치료한 치아는 깨지거나 쪼개지기 쉬우므로 치료 후에는 반드시 치아를 씌워서 보호해주어야 합니다. 

6. 치아 내 해부학적 구조가 복잡하거나 어렵게 되어있는 경우, 통상적인 치료로는 신경치료의 효과를 완전히 얻기 어려우며, 이런 경우는 일단 통상적인 신경 치료 후 치근단 수술 등의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신경치료(근관치료)는 단계별로 잘 구분해서 진행해야 예후가 좋다. 서두르지 말고 증상과 치유를 지켜보면서 인내를 가지고 치료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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