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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날들 Jul 15. 2024

맡겨진 소녀, 클레어 키건



사랑받는다는 느낌.

나는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는 믿음은 어디에서 시작되고, 어쩌다 빛을 잃게 되는 걸까?

어린아이처럼 "나는 정말 특별해"라고 언제든 확신할 수 있는 어른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유년 시절, 누군가로부터 조건 없이 사랑받았던 따뜻한 기억들은 사는 동안에 겪게 되는 무수한 비바람으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밑동이 된다. 하지만 아무리 손에 꽉 움켜쥐고 있어도 그 신념은 자꾸만 흩어지고 흔들릴 수 있으니, 단단한 뿌리를 내려 커다란 숲을 이룰 때까지 서로의 마음을 돌봐주는 좋은 사람들이 우리는 언제나 필요하다.


맡겨진 소녀는 가족에게서 받아보지 못했던 다정한 사랑을 킨셀라 부부를 통해 경험하게 된다. 따뜻하고 배려심 깊은 부부를 통해 사람을 이해하는 방법, 타인의 말에 상처받지 않는 방법 등을 배우게 되고 그곳에서 머물렀던 모든 시간들을 빛나는 햇살로 기억하게 된다.


소녀에게 위안이 되었던 킨셀라 부부처럼, 

누군가의 시절 한 귀퉁이에 사랑을 심어줄 수 있는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 책.


아빠가 나를 여기 두고 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들지만 내가 아는 세상으로 다시 데려가면 좋겠다는 마음도 든다. 나는 이제 평소의 나로 있을 수도 없고 또 다른 나로 변할 수도 없는 곤란한 처지다.(p.17)


아빠가 떠난 맛, 아빠가 온 적도 없는 맛, 아빠가 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은 맛이다. 나는 머그잔을 다시 물에 넣었다가 햇빛과 일직선이 되도록 들어 올린다. 나는 물을 여섯 잔이나 마시면서 부끄러운 일도 비밀도 없는 이곳이 당분간 내 집이면 좋겠다고 생각한다.(p.30)


아저씨가 손을 잡자마자 나는 아빠가 한 번도 내 손을 잡아주지 않았음을 깨닫고, 이런 기분이 들지 않게 아저씨가 손을 놔줬으면 하는 마음도 든다. 힘든 기분이지만 걸어가다 보니 마음이 가라앉기 시작한다. 나는 내 집에서의 내 삶과 여기서의 내 삶의 차이를 가만히 내버려 둔다. 아저씨는 내가 발을 맞춰 걸을 수 있도록 보폭을 줄인다. 나는 작은 주택에 사는 아주머니를, 그 여자가 어떻게 걷고 어떻게 말했는지 생각하다가 사람들 사이에는 아주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결론을 내린다. (p.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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