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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날들 Jul 16. 2024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프랑수아즈 사강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브람스는 스승인 슈만의 부인 클라라와 14살의 나이차이에도 불구하고 평생 그녀를 사랑했다. 시몽도 브람스처럼 15살 연상인 폴을 사랑하게 됐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은 그런 뜻이었다. 로제와의 불안한 관계에서 고통받는 그녀에게 시몽은 현재의 행복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폴을 사랑하지만 자신의 자유도 중요한 로제와, 그런 그의 일상을 알고 있으면서도 참고 기다리는 폴, 그리고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하게 된 시몽.


작가는 사랑이 길을 잃으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었던 걸까? 세 사람의 심리를 잘 담아냈지만 각자의 입장에서 공감하기 힘든 부분도 많았고, 결말은 더 씁쓸했던 책.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여기서 문장부호는 물음표가 아니라 점 세 개로 이루어진 말줄임표로 끝나야 한다고 작가는 강조했다. 이 책을 통해 사랑의 영원성이 아닌 덧없음에 대해 말하고 싶었다고. 사랑에 대해 세월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을 견디게 해 주는 것뿐이며 사랑은 덧없고 변하기 쉬운 불안정한 사람 사이의 감정이라고.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꽤나 설득력 있는 이야기일지도.


사랑이 신뢰를 잃고 권태에 빠지면 어떻게 변모할 수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왜 그토록 변함없는 사랑을 갈망하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해 준 책.


폴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그녀는 이런 경우 흔히 갖게 마련인 신랄함이나 당혹감이 아니라 조심성에 가까운 차분함을 가지고 좌절로 얼룩진 거울 속의 얼굴을 서른아홉 해로 나누어 보았다. 얼굴의 음영을 두드러져 보이게 하고 주름을 더 깊이 보이게 하기 위해 자신이 손가락 두 개로 잡아당기는 그 탄력 없는 살갗이 마치 누군가 다른 사람, 아가씨의 대열에서 아줌마의 대열로 마지못해 넘어가고 있는 외모에 몹시 신경을 쓰는 또 다른 폴의 것이기라도 한 것처럼. 그녀가 이렇게 거울 앞에 앉은 것은 시간을 죽이기 위해서였으나 정작 깨달은 것은 사랑스러웠던 자신의 모습을 공격해 시나브로 죽여 온 것이 다름 아닌 시간이라는 사실이었다.(p.9)


그녀는 착하고, 친절하고, 그리고 불행했다(p.18)


요즈음 그녀는 책 한 권을 읽는데 엿새가 걸렸고, 어디까지 읽었는지 해당 페이지를 잊곤 했으며 음악과는 아예 담을 쌓고 지냈다. 그녀의 집중력은 옷감의 견본이나 늘 부재중인 한 남자에게 향해 있을 뿐이었다. 그녀는 자아를 잃어버렸다. 자기 자신의 흔적을 잃어버렸고 결코 그것을 다시 찾을 수가 없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녀는 열린 차 앞에서 눈부신 햇살을 받으며 잠시 서 있었다. 그러자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그 짧은 질문이 그녀에게는 갑자기 거대한 망각 덩어리를 다시 말해 그녀가 잊고 있던 모든 것,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모든 질문을 환기시키는 것처럼 여겨졌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자기 자신 이외의 것, 자기 생활 너머의 것을 좋아할 여유를 그녀는 여전히 갖고 있기는 할까? (p.57)


시몽은 때때로 자신이 힘들고 무용하고 승산 없는 싸움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왜냐하면 흐르는 시간이 그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p.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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