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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꾸는 날들 Aug 22. 2024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한정원

한정원의 8월

오래전 그날 그곳에 두고 온 마음을 떠오르게 하는 문장들이 있다. 

분명 처음 보는 책인데, 잃어버린 일기장을 찾은 것처럼 내 지난 마음들을 읽게 하는 책이 있다.  

한정원 작가님의 책이 그랬다. 

가장 좋았던 문장들에 밑줄을 그을 때마다 나를 읽고 있는 것 같았다. 

한 번도 만난 적 없지만 서로의 취향과 생각을 공유하고 있었던 사이처럼.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을 읽고 작가님의 다른 책들을 찾아보았다. 그러다 점점 작가님의 문체가 더 좋아졌는데 세상을 다감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란 생각이 들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한 문장, 한 문장을 천천히 음미하며 예쁘고, 좋은 생각들을 마음에 꾹꾹 눌러 담았다. 



<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 - 한정원의 8월


8월에 나는 어떤 소리들과 조응하게 될까. 그 소리들은 나의 편이 되어줄까.(p.15)


여름에는 정말 미심쩍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게 아닐까. 중지되고 정체되는 감각. 여름을 제일로 사랑했다면 다르게 느꼈을지도, 하지만 여름은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다. 세 번을 거쳐 온 마음은 미약하다. 그래도 싫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 한껏 사랑할 수 없다면 조금 사랑하면 되지. 나는 여름의 하늘을 조금 사랑한다. (p.42)


비는 일러준다. 빈틈과 구멍을, 기울기와 높이를, 공명과 수호를. 그것들을 미리 재단하여 튼튼한 옷으로 만들어 나눠 입고 싶다.(p.79 )


< 시와 산책>


내가 당신이라는 목적지만을 찍어 단숨에 도착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소소한 고단함과 아름다움을 거쳐 그것들의 총합이 당신을 만나게 하는 것. 그 내력을 가져보고 싶게 한다. (p.24)


하루가 완벽할 때 우리는 그 하루가 계속되기를 바란다. 사랑하는 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떠올려보면 수월하게 이해된다. 강철 심장을 가진 게 아니라면 하루만 존재하는 사랑을 감당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사랑은 부질없는 줄 알면서도 영원을 끌어와 덮으려고 한다.(p.72)


어른이 되어서도 늘 창문 곁에 바짝 붙어 있었다. 창을 통해 바깥을 보는 것을 좋아했다. 누군가 나에게 다가오는 것도, 나를 속이는 것도, 나를 떠나는 것도, 다 창문으로 보았다. 어느 때는 창문을 닫고 두려워했고 또 어느 때는 활짝 열어 지나가는 모든 행인에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니까 창문을 나의 마음처럼, 나의 말처럼 쓴 것이다. (p.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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