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왕자 그리고 여우와 장미꽃
"네가 장미를 위해 보낸 시간이 네 장미를 소중한 것으로 만든 거야."
"내가 장미를 위해 보낸 시간이....."
어린 왕자가 그 말을 기억하기 위해 되뇌었다.
"사람들은 그 진실을 잊어버렸어."
여우가 말했다.
"그렇지만 넌 그것을 잊으면 안 돼. 넌 네게 익숙해진 것들을 지켜줄 책임이 있어."
"아직까지 너는 나에게 수만 명의 어린 소년들과 아무 차이가 없는 그냥 어린 소년에 불과해. 난 너를 필요로 하지 않고 너는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나도 너에게는 수만 마리의 여우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한 마리의 여우일 뿐이지. 그렇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로 하게 될 거야.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세상에서 유일한 친구가 되는 거지."
"너희들은 정말 예쁘게 생겼어. 하지만 너희들의 아름다움은 텅 비어 있지. 너희를 위해 죽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아무도 없을 거야. 물론 지나치다가 너희들을 본 어떤 사람이 너희가 내 장미와 비슷하게 생겼다고 느낄 수는 있겠지. 하지만 너희들 모두보다 내게는 내 장미꽃 한 송이가 더 소중해. 왜냐하면 그것은 날마다 물을 주는 꽃이니까. 그리고 내가 날마다 유리로 잘 보호해 주는 꽃이니까. 결정적으로 그것이 바로 내 장미꽃이니까."
세상이 1,2차 세계대전이라는 커다란 전쟁을 앓았던 시절 생텍쥐페리는 비행사로 근무하며 정기 우편을 담당했다. 매일 반복되는 밤비행을 하며 그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온통 어둠뿐이었을지도 모를 시절을 살면서도 그의 이야기에는 언제나 사랑이 있었다. 어둠 속에도 별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들.
비행사로서의 삶은 생텍쥐페리에게 수많은 작품의 모태가 되어주었는데 그중 오래도록 사랑받고 있는 작품이 바로 <어린 왕자>이다. 인간관계와 사랑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이 담긴 이 책은 언제 읽어도 울림을 주는 명작이다. 어떤 생을 살면 사랑과 인간에 대해 그토록 깊은 혜안을 가질 수 있는 걸까? 그런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다면 나도 사는 일이 조금은 덜 고단해질까? <우리가 사랑해야 하는 이유>는 <어린 왕자>의 번외 편 같은 생텍쥐페리의 잠언집이다. 친구와 사랑, 관계와 삶에 대한 그의 생각들이 짧은 메모, 일기장에 끄적인 글처럼 기록되어 있다. 읽다 보면 그와 함께 나란히 앉아 비행을 하며 밤하늘, 별 그리고 사막을 보고 있다는 기분도 든다. 적막한 고요 속에서 누구에게도 쉽게 하지 못했지만 꼭 한 번은 말하고 싶었던 마음을 나누는 기분이. 어릴 적 일기장 한 귀퉁이에 적어놓았던 이 문장들을 오늘 다시 한번 마음에 새겨넣었다. 아주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서.
사막이 아름다워 보이는 것은 그곳 어딘가에 우물이 숨겨있기 때문이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익숙해진다는 뜻이고,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며 세상에서 유일한 사이가 되는 일이다.
우리는 길들이고 익숙해진 모든 것에 지켜줄 책임이 있고, 이러한 관계만이 인간을 살게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으로만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