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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래하는 한국 여자 May 28. 2021

19. 난 정말 이탈리아에서 돼지가 되어가고 있다.

드레스 지퍼가 안 올라가네... 어떡하지?

2년 반전 이탈리아에 오기 전보다 이젠 5kg 늘었다. 거울 속 얼굴을 보면 내 얼굴 볼에 뭔가를 넣은 것 같다. 내가 살찐 이유는 여기의 고칼로리 음식과 적은 행동 양, 운동 부족에 많은 음식 초대 때문이다. 그리고 너무 맛난 게 많다. 산책도 하고 스트레칭도 하고 조깅도 하는데 뭔 이나라는 셀러브레이트... 축하하는 날이 많은지 모르겠다. 기분 좋아도 축하하고.. 국경일도 축하해야 한다며 먹는다. 스트레스받아도 먹어야 하고 같이 먹으면서도 또 먹는 얘기를 한다. 미치겠다.  이해가 안 간다. 정말 코믹 영화에 조연으로 낀 느낌이다.


 치매 시아버지는 산타처럼 배가 나오셨고 가족들이 총동원되는 가족 모임 날에는 고도비만인들도 보인다. 가족 모임은 거의 일주일에 한 번 정도다. 먹는 량과 칼로리에 놀라 음식량을 적게 달라고 해도(주요리를 각자 접시에 나눠주는 문화) 가족 모임의 음식메뉴 자체가 장난이 아니다. 라자냐를 구운 오븐 쟁반 밖으로 많이 흘러넘쳐 나온 굳은 치즈를 설거지할 땐 장난이 아니다.

 

 인간이 이렇게 많은 칼로리를 먹을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뿐이다. 눈치껏 분위기 깨지 않는 선에서 적게 먹으려고 양을 조절하지만 쉽지 않다. 왜 음식 마지막엔 돌체(단 음식 먹는 시간, 각종 단 케이크, 젤라토, 티라미슈) 순서가 있는지. 다들 웃고 기뻐하는데 도망갈 순 없고 누가 손수 만들었다고 하니 몇 입은 먹어야 하고.. 얼굴은 미소를 지어야 하는데 정말 부담스럽다. 적게 달라고 해도 접시에 주는 음식양의 칼로리는 굉장히 높다. 빵과 튀긴 음식에 각종 고기, 프로슈토, 치즈들...ㅎㅎㅎㅎ, 여기서 파스타는 고기 먹기 전 음식 순서일 뿐이다.  보통 남편 가족의 보통 파스타 양은 오성급 호텔에서 예쁘게 간지럽게 적게 주는 파스타양의 5배~10배 되는 것 같다. 파스타 소스(sugo 수고)에 따라 수많은 파스타가 있고 파스타 모양들도 가지가지이다. 개인들만의 선호 파스타 모양과 수고가 따로 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멋 내기 위해, 먹기 위해 태어난 민족이라고 생각한다.


 생일 파티 위한 근사한 식당에 갈 땐 영화배우처럼, 연예인 같은 옷차림을 하고 간다. 참고로 시어머니는 돌아가실 때 꼭 빨간 립스틱과 빨간 구두를 신겨 달라고 하셨다고 한다. 시어머니의 어머니도 그렇게 돌아가셨다고 한다. 마지막까지 여성으로서 추한 모습 안 보여주고 싶은 뜻 같다.


 요즘 거울을 보는 게 무섭다. 꼭 욕심 많은 심술 사나운 힘센 아줌마 같다. 사실이다. 해서 오늘 아침엔 사과 한 개로 아침을 때우고 점심은 작은 배를 세 개 먹고 저녁에 닭고기 살점과 야채만 먹었다. 지난 열흘 동안 이탈리아 남편 따라 그의 전국에 퍼진 친구들 중 세명을 만났다. 오랜만에 친한 친구 만나면 꼭 풍성히 먹는데 거절해도 필요 없다.  성의와 분위기를 위해 먹어야 한다.


 내가 여기서 어떻게 조절해야 하는지 솔직히 모르겠다. 별 방법을 다 쓰고 대화도 했다. 근데 안 통한다. 남편과 같이 먹을 땐 한국음식을 따로 차려 혼자 한국식으로 먹을 때가 가끔 있다. 근데 남편은 아예 맵거나 마늘 다진 것 들어 간 음식엔 손도 못 댄다. 실수로 먹는 날엔 배탈이 나거나 설사를 해 화장실에서 산다. 그날 하루를 앓는다.

참, 별일이다. 한국은 마늘 소비량이 세계 랭킹 1위라고 하는데(1일당 년 7kg~10kg) 정말 대조적이다.


 어쨌든 살찌는 것은 보기도 흉하지만 건강에 안 좋고 몸 움직임이 부담스러워 싫다. 정신 못 차리면 돼지처럼 될 것 같다. 아니 정말 돼지가 되어가고 있다. 꿀꿀~~!!


 세상 어딘가엔 누군가들은 굶어 죽어가고 또 어디서는 비만으로 고민하고 있고 정말 웃긴 세상이다.

나 자신을 돼지로 만들 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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