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을 따라가는 마음
병원은 다시 분주해졌다. 아니, 사실은 항상 분주하다고 표현 하는게 더 적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분주함은 그런 분주함은 아니다.
실습을 나온 학생들이 복도를 오가고, 면접을 보러 다니는 학생들도 많다. 의정 사태로 미뤄졌던 신규 간호사의 입사도 조금씩 시작되면서 병원은 겉으로는 예전의 모습을 되찾아 가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여전히 바쁘고, 바쁨이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다만, 전과 다른 점이 있다면 누군가의 시선이 조금 더 늘어났다는 정도다.
그런 점에서 보면, 변화는 병원 전체보다는 사람들의 시선 속에서 먼저 시작되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계절이 바뀌듯, 병원도 가을의 공기처럼 서서히 달라지고 있다. 크게 요란하지는 않지만, 이전과는 다른 리듬이 느껴지는 계절이다.
간호사들만 새로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인턴, 전공의 선생님도 배치되었다. 원래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유독 어색해 보였다. 오래간만에 다시 시작하는 일이라 그런지 익숙해야 할 손길도 아직은 서툰 기색이 남아 있었다.
새로운 얼굴들이 늘어나면 나 역시 조금 더 많은 시선 속에 놓이게 된다. 누군가의 눈길이 내 손끝을 따라오고, 말 한마디에도 귀가 쫑긋 열려 있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업무가 갑자기 편해지는 건 아니지만, 이런 순간마다 내가 누군가에게는 기준이 되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길잡이가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신규 간호사들은 뒤를 따라오진 않지만, 실습생들은 종종 내 뒤를 따라오며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묻는다.
대부분 회진 이야기다. 솔직히 말하면, 그들이 정말 궁금해서 묻는다기보다는 앞에서 잘 안 들린 걸 확인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냥 그 이야기 자체가 궁금한 느낌이다.
가끔은 그 모습을 보며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학생들은 정말 작은 것에도 신기해하고, 스스로를 현장 사람처럼 생각한다.
나는 별거 아닌 일만 하는데, 학생들에게는 내가 마치 대단한 일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는 모양이다. 그 속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스스로를 돌아보고,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누군가에게 영향을 준다는 걸 다시 느낀다.
오늘도 학생이 따라왔다. 또 무슨 걸 물어볼까, 속으로 생각한다. 업무는 익숙하지만, 작은 호기심과 궁금증 속에서 나름 책임감도 느끼게 된다.
창밖으로 들어오는 가을 햇살이 병동을 살짝 덮는다. 바깥은 조금 선선해지고, 나뭇잎은 천천히 색을 바꾸고 있다. 병원 안은 여전히 분주하지만, 학생들의 작은 질문과 웃음, 신규 간호사들의 어색한 손길 때문인지 조금은 새로운 느낌이 난다.
큰 변화는 아니지만, 이렇게 하루하루 조금씩 스며드는 새로운 풍경 속에서 나름의 속도로 적응하고 있는 중이다. 계절이 바뀌듯, 병원도, 사람도, 그리고 나도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