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사 자격증을 취득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지난 도쿄에 있을 때에 합격발표가 있는 날이었고 니혼바시의 작은 호텔방에서 합격을 확인했다.
초등학교 6학년 시절, 용인에 큰 축구센터가 생겼다. 국내에 유명한 축구선수출신 감독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만든 축구센터였다. 당시 용인시에서 50억을 투자했다고 들었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지만, 당시 운동 세계는 구타와 부조리가 난무했다. 그래서 유럽의 선진 축구시설을 따라 만든다는 첫 번째 시도가 그 축구센터였다.
축구 센터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3차까지 진행되는 테스트를 봐야 했다. 전국에서 많은 축구부 학생들이 몰려왔었다. 나도 그곳에 있었고 1차 테스트를 통과하고 2차 테스트를 통과하고 3차를 통과해서 축구센터에 들어갈 수 있었다. 어쩌면 이것이 인생에서 굵직한 첫 번째 테스트, 곧 면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운동을 그만두고 성경대회에 입상한 성적으로 신학과 입학 면접을 치렀을 때가 두 번째일까. 그때도 상당히 중요하게 생각했던 인생의 시험이다.
세 번째는 목회 채용시험일 거다. 신학부와 대학원을 거치고 몇 년의 봉사전도사 시간을 거쳐서 치른 시험. 교단의 사정이 어려워서 채용이 어렵다는 시기라, 시험을 치르는 이들 모두가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시기였다.
그 외에도 작고 큰 면접들을 많이 봤었다. 봉사전도사를 하다가 그만두려고 했을 때, 사회에 있는 회사들이나, 목회를 그만두고 봤던 여러 면접들, 그리고 나는 지금도 여전히 면접을 보러 다닌다.
오늘 같은 면접은 전에 치렀던 면접들처럼 무겁지는 않지만, 뭔가 여전히 면접을 보러 다니는 삶은 끝나지 않는다는 걸 새삼스럽게 느낀다.
면접을 볼 때마다, 무언가 만나게 되는 커뮤니티나, 자신의 경력이나 이력을 소개할 때, 사람들은 신기하게 생각하곤 한다. 축구선수, 목사, 사회복지시설, 유튜브, 책 출판, 미용 자격증. 자각하지 못했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루트를 가진 않는 걸 알게 된다.
여러 일이나, 이것저것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늘 한 가지였다.
사는 이유를 찾아 나갔던 것 같다. 그리고 이제 돼서야 희미하게 알게 된다.
누군가에겐 사랑이 정말 중요하다.
적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돈을 버는 것이, 내 집을 마련하는 것이, 또는 자녀 교육을 어떻게 시켜야 하는지 등이 중요할지 모르지만 나는 사랑을 찾는 것에 의미를 가장 두는 것 같다. 확신하기는 어렵다. 자신 안을 들여다보는 것은 쉽지 않다. 그리고 생각했던 것보다 넓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우주만큼 넓다고 하는데 그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나 자신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가 삶의 커리큘럼일지도 모른다.
미용 자격증을 따고 나서 미용에 전보다 흥미가 생겼다. 미용기술을 배우고 싶은 마음은 크지만, 신입 스텝은 샴푸라도 잘하면 좋은 스텝이다. 청소나 정리를 잘해야 한다. 그런 일들을 계속하다 보면 이걸 하는 게 맞는 걸까?라는 생각도 들겠지만 조금씩 기술을 배워나갈 수 있겠지...라는 기대를 해본다. 오늘 면접을 봤고 다음 주에 또 면접을 본다. 나를 써주는 미용실이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