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극강의 불행 밸런스 게임이야
예전에 나루토라는 만화를 보면서 인상 깊었던 한 장면이 떠오른다.
가족을 모두 잃게 된 사스케에게 나루토가 위로를 건네자,
"천애 고아인 주제에 네가 뭘 알아? 가족을 잃은 슬픔을 알아?" (사스케 인성 터짐)
"유대감이 있었기 때문에 괴로운 것이다." "처음부터 부모도 없었던 너는 화목한 가정을 잃은 슬픔을 모른다."
이런 대사였다. 정확하지는 않지만.
그때는 이 장면을 보면서 마냥 웃겼다. 내일 학교 가면 밸런스 게임 질문에 써먹어야지
10살 때까지 화목하게 부자 가족들과 살다가 가족 다 잃기 vs 태생부터 고아로 혼자 크기
뭐가 더 슬픈 상황인걸까? 라고 설문 조사 해봐야지.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전자가 될 거라곤 꿈에도 모른 채
나루토의 위로를 거절하는 사스케를 보며 참 나쁜 애네.. 라고 생각했던 그 때..
원래 불행이 닥치면, 그것도 가족을 잃는 불행이 닥치면 정상 가족의 위로는 귓등으로도 안 들리는 것이다.
엄마 아빠 형제 건강히 살아있는데 네가 날 어떻게 위로한다는 거야
그러나 이제는 안다. 아버지가 떠나고 파도에 휩쓸리듯이 어른이 되어야 했지만, 나루토 같은 친구가 옆에 있어주는 그 자체가 행운이란 것을.
어쩌면 아버지를 잃어본 적도 없는 친구들이 내 소식을 듣고 울어주는 것이 대단한 공감 능력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화목하고 돈 걱정 없는 집안에서 살다가, 갑자기 집과 가족이 사라진 나.
제법 소년만화 주인공이 된 거 같아 멋진 걸
아직 마음의 상처가 다 아물지 않았지만, 회복되고 있는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