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정신 질환과 같다

는 말을 무라카미 하루키가 했는데..

by 준지



가끔 가슴 깊이 사무치는 절절한 글을 마주한다.


‘잃어버린 사람’의 글이 그렇다.
도저히 지어낼 수 없는 슬픔을 겪은 사람.
자식을 잃고, 모든 재화를 잃고, 삶을 잃은 그런 사람이 쓴 회고록.



너무 깊은 슬픔이라 중간에 잠시 쉬어가며 읽어야 했던 그 글이 오늘 문득 떠올랐다.

찾아보려 했지만, 보이지 않는다.


삭제한 걸까? 아니면 ‘이별’이라는 키워드가 너무 많아서 내가 추려내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그나저나 세상엔 정말 많은 이별이 있구나, 싶다.

나는 왜 수많은 이별 중에서 그 작가의 이별을 곱씹어보고 싶었던 걸까..







요즘 내 머리는 ‘돈 많이 갖기’, ‘커리어 키우기’, ‘따뜻하게 자기’ 정도밖에 사고회로가 굴러가지 않는데, 어느 순간부터 ‘사랑’에 대해서는 고찰하지 않는 나를 발견한다.


사랑할 시간에 자기 계발을 하라던 친구가 있었다.

경제를 배우고 정치를 배우고, 성공의 지름길을 배우면 사랑은 생각도 안 날 것이라 했었는데 그런 경지까지 가지 않아도 사랑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지 꽤 오랜 시간이 됐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사랑은 보험 적용이 안 되는 정신질환이랑 비슷하다’고 했는데 나는 지금 정신질환에서 치유돼 가고 있는 걸까?


확실히 효율성에 대해 따지게 되면 사랑은 후순위가 된다.

돈을 잃었을 때, 건강을 잃었을 때 가장 먼저 버리는 것도 사랑 아닌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현존하는 가장 멋있는 가치다.


그 가치에 대해서 더는 고찰하지 않는 나 자신에게 실망스럽기까지 하다.


상처 많은 이별을 겪고도 여전히 삶을 사랑하는 작가의 글을 다시 보고 싶어서,

요 며칠 그렇게 브런치를 뒤적이고 있지 않았나.


인생에서 여전히 사랑을 놓지 않는 사람이 있다는 걸 느끼고 싶어서.


아이러니하게도 돈도 잃고, 건강도 잃었을 때 제일 필요한 건 사랑이기도 하니까




미라클모닝이 붐이래서 아침에 일찍 일어나고,

러닝이 대세라니 한강을 뛰고,

재테크가 필수라니 뒤늦게 경제 공부를 하고,


사랑에 대한 이야기는 쏙 뺀 삶에 대한 지침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마침 이 모든 가치를 포함한 작자 미상의 글을 발견했다.


앞으로 이 지침을 가슴에 새기며 다가올 수많은 이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삶을 위한 지침>




다른 사람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많이, 그리고 진심으로 기뻐하며 주라.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시를 외우라.


들리는 모든 것을 믿지는 말라.


때로 자신이 갖고 있는 모든 것을 써버려라, 아니면 실컷 잠을 자라.





첫눈에 반하는 사랑을 믿으라.


다른 사람의 꿈을 절대로 비웃지 말라.


꿈이 없는 사람은 가난한 사람이니까.


사랑은 깊고 열정적으로 하라. 상처받을 수도 있지만,


그것만이 완전한 삶을 사는 유일한 길이다.





위대한 사랑과 위대한 성취는 엄청난 위험을 동반한다는 사실을 기억하라.


실패하더라도, 그것을 통해 배움을 얻는 일에까지 실패하지는 말라.





때로는 침묵이 가장 좋은 해답이 될 수 있음을 기억하라.


변화하는데 인색하지 말라. 그러나 자신의 가치관을 지키라.


무엇보다 바람직하고 존경할 만한 삶을 살라.


늙어서 자신의 생을 돌아볼 때


또다시 그것을 살 게 될 테니까.




신을 믿으라. 하지만 차는 잠그고 다니라.


숨은 뜻을 알아차리라.


당신의 지식을 남과 나누라,


그것이 영원한 삶을 얻는 길이므로.


기도하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힘이 거기에 있다.




자신이 실수한 것을 깨닫는 순간, 즉시 바로잡으라.


즐겁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하라.


늙으면 그것이 아주 중요 해질 테니까.


하지만 가끔 혼자 있는 시간을 가지라.




일 년에 한 번은, 전에 전혀 가보지 않았던 곳을 찾아가라.


돈을 많이 벌었다면 살아 있을 때 다른 사람을 돕는 데 쓰라,


그것이 부가 가져다주는 가장 큰 만족이다.


자신이 원하는 걸 얻지 못하는 것이 때로는 큰 행운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라.




규칙을 배우고 나서, 그중 몇 가지를 위반하라.


무엇을 얻기 위해 무엇을 포기했는가를


자신의 성공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으라.


자신의 성격이 곧 자신의 운명임을 기억하라.



- 작자 미상



미치지 않고서야 살아갈 수 없는 시대니까

사랑에 빠지는 것도 생존 전략이 아닐까?


앞으로 이 지침을 가슴에 새기며 다가올 수많은 이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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