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일 시인의 지옥보다 더 아래, 그 연옥의 삶에서
새빨간 표지 속 무한의 굴레처럼
엮인 꽃들을 무늬라
서로 뒤엉키며
더 꼬여버리는
무늬 같기도 한 것이
지옥문의 입구 같지 않은가.
사후세계를 상상할 때 당신의 머릿속에서는 천국과 지옥으로 나눠진, 이분법적인 세상이 떠오를지도 모른다. 오래전부터 그 경계 사이에는 계속해서 ‘연옥’이라는 공간이 제시되어왔다. ‘연옥’은 천국과 지옥 사이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지닌다. 『신곡』의 작가인 단테가 그렇다. 자칫 잘못하면 지옥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다는 점에서 ‘연옥’의 모습은 현실과 가까운 모습 같기도 하다.
천국과 지옥 사이를 오고 가는 우리의 실제의 삶. 아마 『지옥보다 더 아래』 속 작가의 세상이 ‘연옥’처럼 보이는 이유도 동일한 지점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지옥보다 더 아래』의 컨셉트가 확실한 이유도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지옥이지만 지옥이 아닌 곳.
모순적으로 보일지는 몰라도 작가가 묘사하는 세계는 결국엔 우리가 사는 이 세계다. 이 책이 차별화되는 지점은 바로 그 부분에 있다. 단순히 처벌받고, 정화될 수 있는 망상의 공간이 아닌 살아내는 일상 그 자체가 지옥이 될 수 있다. 그렇기에 이상하면서 왠지 모를 친근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이 2-30대 특히 여성 독자에게 인기가 될 수 있는 요인도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에서 흔히 어린 여성들로 취급되는 2-30대가 많이 이 책을 구매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린 여성이라는 대상이 사회 내에서 쉽게 소비되고 다뤄지는 만큼 어쩌면 그들은 지옥을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렇기에 작중 내내 시인인의 ‘나’라는 사람을 그 속에서 희망하려는 모습도 보이는 듯하다. 끝없는 연옥 같은 현실이지만 그럼에도 ‘내게도 나를 귀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있어서' 나는 여전히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니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