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反中)감정, 지나친 걱정은 기우(杞憂)다

by 윤찬우
?src=http%3A%2F%2Fimgnews.naver.net%2Fimage%2F015%2F2025%2F03%2F31%2F0005112733_001_20250331145717192.jpg&type=sc960_832 (출처ㅣ포토뉴스)

옛 중국 ‘열자(列子)’에는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마을에 사는 노인이 어느 날 낯선 짐승의 발자국을 보고 두려움에 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저 호랑이의 흔적이라 생각했지만 사람들은 서로의 추측을 덧붙이며 그것이 요괴의 발자국이라 믿게 됐다. 결국 마을은 공포로 뒤덮였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음에도 사람들은 스스로 성문을 닫았다. 존재하지 않는 위협이 공동체를 마비시킨 것이다.


지금의 한국 사회 또한 이 이야기와 무관하지 않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3월 추진한 제주 방문을 위한 중국 단체관광객 무비자 환승 정책을 현 이재명 정부가 이어받았다. 이에 지난 9월 29일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 무비자 입국’ 제도가 한시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법무부는 ‘방한 관광시장이 빠르게 회복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방한 수요를 유발해 지역 경제 활성화 등 내수 진작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누리꾼 중 일부는 해당 정책에 깊은 불만감을 표출하고 있다. 한 누리꾼은 ‘최근 실종, 장기매매 등과 관련된 의혹이 끊이질 않는다’며 ‘중국인이 우리나라를 점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방증하듯 국회전자청원에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허용 기간 재검토 및 단축 촉구에 관한 청원이 등록돼 있다. 특히 청원 내용은 내년 6월 3일에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예정돼있어 중국인 단체 관광객 대상 무비자 입국을 26년 6월 30일까지 허용한다는 것은 부정선거에 대한 국민적 우려를 가중시킨다고 주장했다. 이어 ‘무비자 입국 허용은 불법 체류 가능성, 치안 문제 등 다양한 사회적 우려를 낳는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반중(反中)감정은 2016년 사드(THAAD) 배치 논란, 한한령(限韓令)부터 2020년 중국에서 처음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당연한 수순처럼 고착됐다. 지난 3월 동아시아연구원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5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5 정치 양극화 인식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대한 인상은 부정적이었다. 조사 결과 응답자 중 26.2%가 중국에 대해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으며, '대체로 좋지 않은 인상을 가지고 있다'는 응답은 45.3%를 기록했다. 언론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또한 이러한 감정을 증폭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는 실정이다. 클릭 수를 위한 선정적 제목, 사실 확인이 부재한 콘텐츠들은 중국인과 관련된 사안이라면 사소한 사건까지 국가적 위협으로 부풀려 전하며 대중의 인식 구조 자체를 바꿔놓는다.


하지만 2023년 경찰청 ‘경찰청범죄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중국인의 범죄율을 살펴보면 막연한 불안감과는 상반된 결과가 나타난다. 2023년 기준으로 내국인의 범죄율은 2.36%인 반면 국내 체류 중국인의 범죄율은 1.65%를 기록하며 오히려 내국인보다 낮게 집계됐다. 일각에서 중국인 범죄자 수가 외국인 국적 중 가장 많다는 점을 근거로 치안 악화를 주장하지만 이는 통계 해석의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중국 국적자는 국내 체류 외국인 중 가장 큰 인구 집단을 형성하고 있기 때문에 절대적인 범죄 발생 건수가 많은 것은 당연할 수 밖에 없다. 즉 진정한 위험도를 판단하는 지표인 인구 대비 범죄율로 따져볼 때 중국인이 한국 사회의 치안을 특별히 위협한다고 단정할 근거는 약한 상황이다. 이는 '중국인 관광객 증가가 곧 사회적 불안정을 초래한다'는 주장이 통계적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감정적 적대에 가깝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우리는 최근 몇 년간 한국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 수가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기에 이들이 지역 상권과 숙박업, 외식업 등에서 경제적 활력을 제공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중국인=위협’이라는 등식은 검증되지 않은 통계와 루머 위에서 굳어지고 이 과정에서 합리적 논의는 설자리를 잃는다. 대중의 불안감이 특정 외부 집단으로 향하게 될 때 우리는 내부 문제의 해결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중국에 대한 감정적 적대는 결코 국익(國益)을 위한 합리적인 대안이 될 수 없다. 반중 정서가 고착화될수록 우리는 중국인 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이 가져올 지역 경제 활성화 및 내수 진작 효과와 같은 실질적인 이점에 대해 냉철하게 논의할 기회를 잃는다. 감정적 혐오에 근간을 둔 주장은 건설적 정책 토론을 마비시킬 것이고 이는 한국 경제·정치·안보 전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단순한 혐오 표출 대신 불법 체류 방지 대책 강화, 범죄 발생 시 즉각적인 대응 시스템 구축 등 실질적인 치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과 보완책 마련에 집중해야 한다. 검증되지 않은 공포에 휩싸여 문을 닫아걸었던 옛 중국 이야기의 사람들처럼, 존재하지 않는 위협에 스스로를 마비시켜서는 안 된다. 감정에 휘둘리기보다 객관적인 현실을 직시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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