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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reen tea Oct 30. 2022

민트초코님의 고민상담 1  

몇 년 전부터 ‘민초단’이라는 신조어가 넷상에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민트초코 맛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인데요, 이들을 겨냥한 과자나 사탕, 소주와 맥주까지 출시되었죠. 달콤하면서 알싸한 민트초코 맛은 매니아 층이 있긴 했지만 인기상품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비주류 취향 그 자체가 셀링 포인트가 되면서 민초맛을 선호하는 집단에 이름이 생긴 겁니다. 보이지 않던 비주류가 정체성을 가진 집단이 된 거죠. 민초단에 속하지 않은 사람도 자신의 취향을 탐색하기 위해 기꺼이 새로운 상품을 소비하고 경험합니다.


개개인의 선택과 취향을 중시하는 세태 속에 사람들은 자신에 대해 더 잘 알고 싶어 합니다.

‘나한테 가장 어울리는 일은, 나랑 잘 맞을 사람은?‘

이에 발맞추어 성격검사가 유행인데요, 대표적으로 MBTI (Myers-Briggs-Type Indicator)가 있습니다. 사람들이 성격유형으로 곧잘 언급하던 혈액형은 MBTI로 완벽하게 대체되었습니다. 16가지 MBTI 유형에 따른 연애, 무인도 생존법, 골프 스타일 등 수많은 밈(meme)을 낳았죠.

지자요수 인자요산, 취향을 두 개로 나누던 세상에서 선택의 가짓수는 점점 더 늘고 있습니다.

수많은 선택지 중에 나에게 꼭 맞는 것 찾고 싶어 하고 욕구가 다양해진 요즈음, 의료 분야에서는 어떤 이야기가 오가고 있을까요?


최근 의학계에서 유전자 단위로 건강과 질병 모형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개별화의 끝판왕이 등장한 것입니다.

정신의학에서도 진단명을 중심으로 하는 과거의 분류 방식에서 벗어나 증상군을 중심으로 분류하고 그에 상응하는 뇌 영역과 유전자를 찾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표적 치료까지 연구가 한창입니다.  

그리고 진료실에서 만나는 사람들도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연애를 시작할까 말까 점집에 갔다가 아무래도 전문가(!)에게 물어보고 싶어서 온 사람, 진로 상담을 하러 온 학생, 건강함을 확인하고 싶은 사람, 평소 스트레스 관리를 해서 업무 기량을 높이고 싶은 사람, 출산 전에 부모교육을 받고 싶은 사람, 그냥 누군가와 진지한 대화를 나누고 싶은 사람.

비교적 건강한 사람도 상담을 받고 싶어 하는 시대가 열린 거죠. 예전보다 정신과 병원의 문턱이 낮아진 것을 체감하고 있습니다.


임상적으로 우울이나 불안 같은 증상이 두드러지지 않으면서 고민 상담을 원하는 분과 어떤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요? 한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함께 고민하는 일은 정신과 의사가 전문가이지만,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을 가지고 오는 분들도 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고민의 주제는 다양하지만 시급한 문제가 해결되고 나면 등장하는 주제가 하나 있는데요. 수 천년 동안 인간을 괴롭혔던 난제이죠. 그것은 바로...... 다음 장으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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