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은 살과 살의 부딪침이 아니었다
이미 설계된 운명의 두 궤도가
캄캄한 허공에서 춤을 추는
거대한 불꽃이었다
인연의 쇠사슬이
서로의 손목과 발목을 옥죄어올 때
네 안에서는 길을 잃었고
내 안에서는 집을 지었다
스무 번의 죽음과 스무 번의 부활
한 번의 숨결이
한 시간의 영겁이 되어 흐를 때
대지에 뿌린 생명수는 진동했고
내 가슴에는
깊은 못(潭)이 파였고
영원히 풀리지 않는 갈증을 심어놓았다
어느 길목에서 나눈 약속의 인장처럼
농밀한 땀방울 속에 섞인 기운은
운명보다 더 선명하게
나의 영혼에 낙인을 찍었다
비록 지금 숲은 적막하나
뿌리는 지각 밑에서 뒤엉켜 운다
폭발이 남긴 그 뜨거운 재가
내 이름을 부르는 날
그 찬란한 폭발음이 들리던 밤을
인연의 성지에서 다시 노래하리라
※ 작가 소개: 기안장_브런치 작가, 2025년 항공문학상 우수상, 2024년 원주신문 올해의 오피니언상, 밀리의서재 올해의 밀리로드 Top 50, 문장21 시부문 신인문학상, 문학광장 수필부문 신인작가상 수상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