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의 궤도

I시집. 인연 공식이 그대였으면 해I

by 작가 기안장
인연의 궤도.png


인연은 살과 살의 부딪침이 아니었다

이미 설계된 운명의 두 궤도가

캄캄한 허공에서 춤을 추는

거대한 불꽃이었다


인연의 쇠사슬이

서로의 손목과 발목을 옥죄어올 때

네 안에서는 길을 잃었고

내 안에서는 집을 지었다


스무 번의 죽음과 스무 번의 부활

한 번의 숨결이

한 시간의 영겁이 되어 흐를 때

대지에 뿌린 생명수는 진동했고

내 가슴에는

깊은 못(潭)이 파였고

영원히 풀리지 않는 갈증을 심어놓았다


어느 길목에서 나눈 약속의 인장처럼

농밀한 땀방울 속에 섞인 기운은

운명보다 더 선명하게

나의 영혼에 낙인을 찍었다


비록 지금 숲은 적막하나

뿌리는 지각 밑에서 뒤엉켜 운다

폭발이 남긴 그 뜨거운 재가

내 이름을 부르는 날


그 찬란한 폭발음이 들리던 밤을

인연의 성지에서 다시 노래하리라




※ 작가 소개: 기안장_브런치 작가, 2025년 항공문학상 우수상, 2024년 원주신문 올해의 오피니언상, 밀리의서재 올해의 밀리로드 Top 50, 문장21 시부문 신인문학상, 문학광장 수필부문 신인작가상 수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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