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후불제 인생I
선불제라는 개념을 처음 떠올린 건, 아주 사소한 사건이었다. 한 카페에서 커피를 선불로 계산하고 자리에 앉았을 때였다. 돈을 이미 냈다는 것 때문인지, 커피를 기다리는 시간이 이상하게 편안했다. 잔이 식어도, 주문이 조금 늦어도 초조하지 않았다. 이미 대가를 치렀다는 안정감이 밀려왔다.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 인생도 이런 방식이면 어땠을까. 태어나기 전에 이미 모든 것을 지불했다면, 내 삶은 구리구리하지 않았을 듯싶었다. 지금 선불로 대가를 치른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현실은 훨씬 편하게 살아가고 있을지도 몰랐다. 미리 지불했으니, 아무런 부담 없이 천천히 누리며 사는 삶이 가능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삶의 대가는 대부분 후불제 방식이었다. 잘 참고 견디면 언젠가는 충분한 보상이 찾아오겠지만, 중간에 포기하면 그 대가는 상상조차 싫은 정산서를 손에 쥐어야만 한다. 이것은 우리 삶의 신뢰 구조다. 그래서 사람들은 오늘의 피곤함을 내일로 미뤘고, 지금의 불편함을 미래의 삶으로 대치시켜 놓았다. 젊음이라는 통장의 잔고를 쏟아부었으며, 건강이라는 절대가치를 기본 옵션쯤으로 여기며 살았다. 인생은 나중에야 정산되는 대가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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