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후불제 인생I
가끔 노량진을 지나다녔다. 노량진 학원가를 볼 때면, 건물마다 ‘합격’이라는 현수막이 달려 있었다. 창문 너머 불빛은 밤늦게까지 꺼지지 않았고, 컵라면 냄새와 형광등 빛이 뒤섞여 있었다. 여기저기 빛바랜 모습처럼 힘겹게 살아온 쪽방촌 고시생의 체취를 안타까워했다. 그런데 노량진 고시원을 오고 가던 사람들은, 그들의 삶이 운명과의 계약이 아니라 자신들과의 뚜렷한 약속처럼 다가왔다.
나는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주변 친구들은 공무원이 된 사람도 많았지만, 나는 대학원에서 석‧박사과정을 졸업했다. 하지만 그곳을 지날 때면 친구의 모습이 떠올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함께 자취생활을 했던 대학 친구였다. 그는 행정고시를 준비했고, 나는 한량과 같이 술독에 빠져 살았었다. 대학에서 같은 학과를 다녔어도, 미래를 향해 걷는 길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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