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밀크티를 마시며

by 아진

잠을 자야 할 시간을 놓치면 다음날이 걱정돼 불안해진다..

'우유를 마시면 잠이 잘 온다고 했지'

우유를 찾았지만 우유는 없고 대만에서 가져온 밀크티가 보인다.

따뜻한 물에 타서 마시니 작년 추석즈음이 떠오른다.


미리 계획을 세운게 아니고 번개팅이 딱 맞는 표현일 것이다.

우리 집에 갓 시집온 며느리가 두 명 있다.

예쁜 며느리에게 명절증후군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던 시아버지의 배려로 가족해외여행을 제안했다.

가족 투표로 표결한 결과 3박 4일 대만여행이 결정되었다.

추석연휴다 보니 여행비는 갑절 비쌌지만 서로 편안하게 모일 수 있는 시간을 생각한다면 감수해야 할 문제였다.


남이었다가 가족이 된 두 며느리와 두 아들, 우리 부부가 가는 첫 여행이라 참 설레었다.

대만 패키지여행 코스는 거의 비슷하리라 생각 든다.

타이베이 101 전망대

먹거리 천국 스린 야시장의 대왕오징어, 지파이, 버블티를 마시며 후덥지근한 거리를 걷던 기억

저녁 숙소에서 나와 야시장에서 사 온 음식을 먹으며 늦은 시간까지 놀던 기억, 다음날은 미리 계획된 스케줄에, 안내자의 안내에 따라 타라며 타고 구경하라면 구경하고 식사하라면 식사하고...


예류지질공원은 바닷바람이 만든 기암괴석으로 여왕바위가 유명했다. 여왕의 목이 점점 가늘어져 걱정이라고 했다. 지우펀은 좁은 계단식으로 이어진 상점가와 카페, 기념품 가게들로 줄지어져 있었다. 관광객이 너무 많아 같이 움직일 수 없어 각자 놀다가 언제쯤 정해진 장소에 모이기로 했다.

골목골목에 걸린 붉은 홍등이 밤에는 몽환적이라고 하던데 우리가 간 날을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낮시간이라 사람구경과 대만 음식구경만으로도 벅찼다. 유명하다는 땅콩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대만과 점점 익숙해져 가고 있었다.


패키지여행 일정이 끝나면 자유여행으로 익숙한 아이들을 따라 별도의 밤여행이 계속되었다. 택시를 타고 쇼핑도 가고 주변 주점에서 가볍게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게 우리 가족의 여행 코스가 되었다.

스펀역에 가서 소원 등을 올리는데 우리 아이들의 소원은 무엇인지 안보는 척하면서 살짝 쳐다보기도 하고 세계 4대 박물관 중 하나로 꼽힐 정도라는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대만의 역사공부도 확실하게 하며 중정기념당 역사박물관에서는 장제스 관련 전시도 보며 대만을 알아갔다.


만나면 또 헤어지는 아쉬운 시간은 늘 우리 삶의 일부다.

3박 4일 동안 우릴 안내해 주시던 가이드님이 우리 며느리가 우리 딸인 줄 알았단다 아버지랑 많이 닮았다며..

우리 가족 첫 여행의 감동은 각자의 마음속에 고스란히 저장되어 있으리라 생각든다.

밀크티 한 잔의 버튼으로 생생히 기억나듯...


올해는 황금중의 황금 추석연휴다.

작년의 여행 사진 속 웃음은 아직도 생생하나 올해는 어느 미지의 하늘 아래, 특별한 셀렘과 마주 할 수 없는 현실이 돌담처럼 막고 섰구나~!!!

우리 아가들~편안한 마음으로 집에 오렴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타고 멋진 가족 여행을 하자꾸나~!!!


keyword
작가의 이전글팥빙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