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둔산 등반기
2박 3일 군산여행기의 연속선이다
2박 하는 숙소에서 다음 여행장소를 검색한다.
요즘 대세 쳇지피티에게 물으니 대둔산과 몇몇 곳을 소개한다.
대둔산? 대둔산이라고 듣긴 했으나 아무런 정보가 없다.
검색을 하니 케이블카로 이동하고 나머지 산정상까지 가는 코스가 있단다.
후기를 보니 나머지가 700m밖엔 안되지만 정말 힘들었다는 글이 보인다. 어떤 이는 구름다리까지 가는 것도 대단했다고 했다. 구름다리를 지나 삼선계단이 있는데 그 계단의 경사가 60도란다. 비만으로 평소에 계단 오르기를 싫어하는 나에게 60도 각도에 127개 계단이라는 정보는 충격이다. 후기에 고소공포증이 있는 사람과 체력이 약한 사람은 주의하란다. 하지만 또 이런 기회가 쉽게 오겠나 싶어 대둔산으로 가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때부터 걱정이다. 옆지기는 평소 등산을 생활화해서 나름 날다람쥐인데 난 항상 꼴찌거나 중간에서 정상에 갔다 오는 사람을 기다리는 게 나의 산행기라... 고민이 많다. 사진으로 본 빨간색 삼선계단이 꿈에 나타날 지경이다. 그래 일단 자고 내일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가보자!
숙소에서 제공하는 빵과 달걀 등으로 아침식사를 하고 대둔산으로 향했다. 약 40분을 운전해 대둔산 앞에 섰다. 그를 쳐다보았다. 약간 움츠린 모습으로..
와아! 와아 속에는 산의 경관에 대한 환호와 오늘 어떻게 오를지에 대한 탄식이 섞여 있었다.
주차장에서 케이블카 승차장까지 가는데도 꽤 걸린다, 오늘 날씨는 무척 따뜻한 34도.
케이블카는 곧바로 산중턱을 향해 오르기 시작한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큰 바위가 다른 바위 위에 올려져 있다. 몇천 년을 그렇게 살고 있다고 안내원이 설명을 한다. 저 멀리 기암괴석이 장관임과 동시에 악산이구나~ 케이블카에 내리니 무엇이 끌어당기기라도 하듯 마구 걷기 시작한다. 60도 각도를 리허설이라도 하는 듯 처음부터 계단이 만만찮다. 평지는 아예 보이지 않는다. 왜 구름다리까지도 대단하다 했는지 느낌이 온다.
아침 일찍 산행을 하고 내려오는 부부가 간식을 드시고 계셨다. 몇 가지 질문을 했다, 우리는 등산을 하려고 여행을 온 것이 아니라 전혀 등산객 차림이 아니다. 늘어나는 바지도 아니고 땀을 흡수하는 티셔츠도 아니다 그 무엇보다 등산의 생명인 등산화가 아니고 요즘 이재용신발이라고 불리는 여름 신발을 신었다. 그분들께 이런 차림인데 정상까지 갈 수 있을까요? 물으니 비렁길이 험하긴 한데 가능하다고 한다. 비렁길? 잘못 들었나 전라도 사투리로 비렁길은 또 뭐지?? 일단 이 신발이 가능하다니 다행 아닌가?
벌써 옷은 땀범벅 신축성이 없어 걷기가 편하지가 않다. 구름다리가 보인다. 요즘 인터넷상에 떠다니는 구름다리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가 그렇게 위협적이진 않다. 뭐 저 정도로 호들갑일까 싶었다. 그럼 구름다리는 패스.. 그 다음은 삼선계단이라는 목표가 생긴다. 오르다가 내려가고 내려가다가 올라오고 대둔산에는 6~70도 계단이 하나가 아니었다. 계단이 문제가 아니고 돌바위가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놓여져 있는 저기를 ~~~저 길을 비렁길이라 칭하셨던가? 저길을 저려밟고 산행을 하는 것이 문제였다.
옆에 쇠난간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 난간을 의지하며 한 발 한 발 시나브로 오른다.
옆지기왈 이런 길은 염소가 잘 오른단다. 네 발 달린 짐승, 그때 우리 '부'가 생각난다. 부도 잘 오르겠네
부~! 생각만 해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지는 존재, 부는 울아들이 키우는 애완견이다. 강아지를 무서워하던 나에게 동물사랑의 의미를 깨닫게 해준 예쁘고 귀여운 녀석이다.ㅎㅎ
힘들면 손발을 다 사용하라는 말이구나 기어서 올라갔다. 모양새는 빠지지만 모양이 중요한가 오르는 게 중요하지.
삼선계단과 만났다.
빨간색의 강렬한 색깔과 함께 한 명이 겨우 걸어갈 수 있는 넓이를 가지고 있었다. 위를 쳐다보니 아찔했다.
나부터 먼저 올라가란다.
한 발 한발 내디뎠다. 앞으로 가는 것 밖엔 어떤 선택지가 없다. 그냥 한 발 한발...
옆지기가 날 부른다. 사진 찍는다고 얼굴을 조금만 돌려서 자기를 보란다. 사진을 찍어 주려고 내가 어느 정도 오르기를 기다린 모양이다. 너무 무섭다. 옆지기에게 소리를 지른다 극도의 신경질적인 목소리로.
"됐다고~"
한 계단 한 계단 난간을 쥐는 것만이 살길이다. 난간을 꽉 잡고 한 발 또 한 발... 127개 계단을 거의 오지 않았나 싶어 위를 쳐다보는 순간 기절할 뻔 했다. 너무 까막득하지 않은가? 내가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것 같다.
앞서 가는 사람을 볼 마음도 없었지만 다 올라가면 소리를 지른다. 다 왔다는 안도감. 해냈다는 성취감으로 소리를 지르는 것 같다. 이 와중에도 생각이란 놈이 올라온다.전혀 관심을 가진적이 없는데 올라온다. '대단하다 정말 대단한 녀석이다'. 또 소리가 들린다. 또 한 사람의 이 고통이 끝났구나. 난 얼마나 더 가야 이 고통이 끝난다 말인가? 오로지 한 발 한 발 오를 뿐 ... 아~!!! 드디어 나에게도 마지막 계단이 있구나. 난 소리 지르는 걸 잘 안 하기도 하고 잘 못한다, 이유는 부끄러움인지 뭔지... 그런 내가 야호~!!!하고 소리를 질렀다. 가슴 저변에 막혀 있던 뭔가를 내뱉고 있었다. 삼선계단 통과 그리고 또 목표가 생겼다. 산정상 마천대, 하지만 갈수록 태산이라더니 비렁길이 보이질 않을 정도로 경사지게 쭉 펼쳐져 있다. 난 또 네 발 짐승이 된다..
비렁길을 오르는데 노부부가 쉬고 있었다. 산행하고 내려오시냐 물었더니 더 이상 갈 수가 없어 내려간다고 한다.
쉬다가 아내가 마음이 변했는지 오르자고 하자 남편이 다정하게 자기 분수를 모르면 위험하다고 그만하자고 한다. 자기 분수~~ 내 분수는 여길 다 오를 수 있을까? 한 발 한 발 아니 두 손 두 발 다 사용해 한 걸음 한 걸음을 올랐다. 내려다보면 더 아찔하다 오르는 게 정상이 가까워져 좋은 게 아니라 나중에 이곳을 내려올 걸 생각하니 걱정이다. 어느 등산객 아저씨에게 이 비렁길은 언제쯤 끝나냐고 물으니 저기~ 보이는 곳만 가면 된단다. 믿어보자 그리고 힘을 내자 정말 그 아저씨는 거짓말쟁이가 아니었다. 아찔한 순간마다 진짜 나를 찾는다. 이 모든 걸 행하는 네가 있음을 증명하라고 간절히... 대둔산에 오른 후 처음으로 만나는 평평한 산길이 있었다. 조금 더 가니 정상이 나왔다. 마천대라고 했는데 개척탑이라는 탑이 세워져 있었다. 그곳에서 승리자의 여유와 기쁨을 만끽하며 동서남북 사방팔방을 구경하고 사진도 찍고 음료도 마시며 쉬었다.
여기까지 오다니 나 자신이 너무 대견스럽고 감격스러웠다. 항상 찌들고 주눅들고 자신 없는 내가 등산하기 힘든 몸으로 여기까지 오다니...
가는 길이 험한 것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둔산을 오르기까지의 순간순간을 이겨내고 마음을 다잡았던 나는 현실에서도 잘 이겨내며 살 수 있을 거란 희망을 맛보았다
고마워 대둔산~
현실이 힘들 때면 꺼내 볼 희망카드를 오늘 획득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