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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글을 쓰는 이유

by 김숙희

계절의 변화를 놓치고 싶지 않은 심상이 꿈틀댄다. 아름다운 자연에 매혹되어 눈이 부시고 시릴 정도다. 이런 표현이 과장되었다 할지라도 부인할 수 없다. 인간의 언어는 여기에 표현할 대체 언어가 없기 때문이다.

가을에 태어났고, 가을은 내 인생에 60번이 넘게 찾아왔다. 그 사이 찾아오는 가을과 함께 영글어가는 황혼이 되었다. 벌써 이렇게 나이가 들었을까. 의심해 보지만 화살같이 빠른 세월 앞에 인정하게 되는 짠한 아쉬움이다.

덥다 더워하는 여름이 지나야 가을이 온다는 자연의 법칙을 따라 우리는 순응하게 된다. 지난여름 더위가 물러서지 않을 듯 고집을 부렸어도 가을이 새벽이슬을 밟고 다시 찾아왔다. 위엄이 있는 가을 앞에 여름의 꼬리는 소리도 없이 자취를 감췄다.

마을을 지나던 중, 어느 감나무가 내 발길을 붙잡았다. 감속에도 주황색가을은 무르익어갔다. 주렁주렁 가지가 부러질 듯 신비스럽기까지 했다. 보암직하고 먹음직하기에 입으로 터져 나오는 감탄사가 수도 없이 연발되었다.


주렁주렁 열린 하나마다 감사 하나씩을 담아봤다. 다 셀 수 없는 감사가 감의 숫자보다 더 많았었다.

풍요로운 가을은 감사의 계절, 풍성한 먹을 것을 주신 하나님께 두 손 모아 감사드린다.

알록달록 가을이 깊어간다. 풍성히 거둔 먹을 것들을 창고에 들인 후 그 어딘가에서 찬 공기를 몰고 올 겨울 녀석을 대비해야 한다. 가을끝자락에 한가히 자리한 국화는 꽃몽오리 올려놓고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마지막 가을꽃과 함께 이 아름다운 가을은 저물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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