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에 피는 꽃 상사화, 꽃이 필 때는 잎이 없고, 잎이 있으면 꽃이 피지 않아 서로를 그리워하며, 아무리 애를 써도 만날 수 없는 애절한 꽃 상사화다.
4월 어느 날, 강원도에 사는 시동생이 잘 생긴 수컷 강아지 한 마리를 우리 집에 놓고 갔다. 독일산 경호견 ‘도베르만’이다. 3개월이라고 하기에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다른 견종들의 중간 정도로 보였다. 털의 길이는 단모(短毛)이며 미간에는 동그란 황갈색 모양이 있고, 축 늘어진 귀와 등 쪽은 검은색 털, 입 주변하고 앞가슴, 발목부터 발가락까지는 황갈색 털로 되어있다.
처음 보는 순간, 개를 좋아하지 않은 탓에 시큰둥했다. 시동생은 떠나면서 “강아지 밥을 좀 주세요” 하며 돌아갔다. 강아지를 잘 길러 본 경험이 없어서 어떻게 해 줘야 할지 고민이 앞섰다. 집에 사료가 준비되지 않아 쌀밥 하고 먹다 남은 생선을 줘봤다.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먹더니 ‘쾍쾍’ 토해낸다. 생선가시가 목에 찔렸나 약간의 피도 섞여 나왔다. 순간 마음이 움찔했다. 이 녀석은 올 때부터 낑낑대더니 밤을 지나 날이 밝을 때야 조용해졌다. 아마도 지쳐서 포기한 것 같았다. 환경이 바뀌고 엄마와 떨어져 그런 것 같아 마음이 너무 짠하게 느껴졌다.
녀석의 이름은 ‘희망’이다. 가족과 한 달을 지내다 보니, 귀여움을 독차지하게 됐고 가족들하고 정도 그만큼 깊어져 갔다. 도베르만의 매서움과 늠름함을 어디서 본 것은 있어가지고, 귀와 꼬리를 자르기로 했다. 지금 생각하면 인간이 너무 몹쓸 짓을 한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동네 동물병원을 찾아갔다. 원장님은 오늘 맡겨놓고 내일 수술이 끝나면 데려가라고 하셨다. 다음 날이 되어 병원에 가 보니 녀석의 귀 모양이 맨 윗부분은 아직 힘이 없어 앞으로 숙여있었고, 귀 가장자리에는 수술실이 보였다. 긴 꼬리는 7센티 정도로 남긴 모습이다. 원장님은 귀를 훌륭하게 잘 잘랐다고 자화자찬(自畵自讚) 이셨다. 지난밤에 얼마나 아파서 힘들었을까. 하는 생각은 전혀 없고 멋있어졌다고 가족들은 기뻐했다.
4~5개월 때부터는 인적이 드문 뒷산을 날마다 남편하고 산책을 다녔다. 태어 난지 일 년 가까이 되었을 때 일이다. 아직 강아지라고 여겼기 때문에 인적이 드문 곳에서 운동을 하라고 잠시 풀어놨다. 반대편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주인을 뒤따라오고 있었다. 희망 이는 그 강아지와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더니 산에서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 산은 어둑해지며 어둠으로 덮이기 시작한다. 올라왔던 길을 내려가며 계속 부르기 시작했다. “희망아! 희망!” 산에 메아리만 돌아올 뿐, 녀석은 산 어디에 있는지 산도 마음도 암흑이 됐다. 이름을 부르며 한참을 내려가는 길에서 아까 그 강아지 주인을 만났다. “우리 강아지는 집에 왔는데요” 하는 말을 듣는데, 다리에 힘이 풀리고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 집을 향해 가고 있는 내내 자식을 길에서 잃어버린 느낌이었다. 밤에 잠이 오질 않고 온통 희망이 생각으로 가득 찼다. 혹시나 해서 대문을 열어놓았다.
잠을 설치다가 현관문이 박박 긁히는 소리에 벌떡 일어났다. 현관문을 열어보니, 우리 희망이가 돌아왔다. 기쁨의 눈물과 함께 희망 이를 꼭 안았다. 전광 시계는 새벽 2시 20분이라고 알려줬다. 엊저녁 8시쯤에 미견(迷犬)이 됐는데, 온 산을 얼마나 헤맸었는지 들어오자마자 푹 쓰러진다. 집에서 뒷산을 가자면 큰 대로를 세 번을 건너야 하고, 잃어버렸던 지점, 산 정상까지는 30분 이상 올라가야 하는 거리이다. 이런 상황에서 집을 찾아온 희망 이는 매우 영리함을 드러냈다. 하루 종일 일어나지 못하는 녀석이 말할 수 없이 안쓰럽기만 했다.
집안에 행복이 되어준 희망이 와의 삶은 8년을 넘어가고 있었다. 다섯 살 때까지는 외출 후 돌아오면 벌 쩍 벌 쩍 뛰며 좋아하더니, 이제는 들어와도 일어나지도 않는다. 밥도 잘 안 먹고, 침을 흘리며 좋아하던 간식도 좋아하지 않는다. 너무 더운 여름을 보내서 입맛을 잃었나 걱정이 됐다.
8월 25일이다. 주일이어서 교회에 있는데 아들이 울면서 전화를 했다. "희망이가 죽었어요 "하는데
다리에 힘이 쭉 풀리더니 아무 말도 안 나오고. 머리는 멍하니 그대로 망부석이 됐다.
집에 와서 보니 희망이 몸은 싸늘하게 굳어있었다.
너무 슬퍼서 말문이 닫혀버렸다. 주인에게 늘 충성하고 행복을 주더니 , 이제는 영원히 볼 수 없는 슬픈 현실이 됐다. 한동안 보고 싶고 또 보고 싶어서 병이 났다.
사랑하는 것을 잃은 슬픔은 말로 어찌 표현할 수 있겠는가. 희망이는 동물을 사랑하는 방법을 일깨워주고 갔다.
상사화가 피는 8월에 나는 잎이 되고 너는 꽃이 되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