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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숙희 Oct 24. 2023

선생님 배고파요!



  초등학교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하교할 시간이 되면 학원차를 타려고, 또는 엄마와 만나기 위해 학교에 마련된 대기 장소로 모이게 된다. 아이들의 하교를 도와주는 자원봉사자로 일하면서, 그곳에 모인 아이들을 하나씩 알아가게 되만남은 친숙하게 가까워졌다. 그 이유 중 하나를 말한다면 아마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조그만 과자나 사탕이 일등공신이 되었다고 내세우고 싶다. 조그만 간식에도 좋아하는 모습들을 보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운 존재들이다. 예쁜 아이들을 위해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준비해 간다.

 

 아이들은 점심을 먹고 나면 서너 시간을 왕성한 활동량으로 에너지를 태운 탓에, 수업이 끝날 때가 되면 배가 출출할 시간이다. 다는 아니지만, 아이들 가운데는 허기진 모습을 보이는 아이들 몇몇이 꼭 있게 마련이다. 친구가 먹고 있는 간식을 바라보며 하나 줘보라고 조르기도 하고, 간식을 담보로 아이들끼리 거래가 이뤄지는 재미있는 모습을 보기도 한다. 아이들의 성향이 잘 나눠 먹는 아이가 있는 반면에 , 아무리 달라고 해도 잘 주지 않는 욕심꾸러기가 있다. 이런 친구에게 간식을 거절당하면 배고픔은 더 크게 찾아오리라.  

“선생님 배고파요!”

“나한테 밥 달라고? 집에 가서 밥 먹어.”

“마이쮸 가져왔어요?”

“지금은 없어. 다음에 줄게.”

나를 보면 간식이 생각나는 모양, 이런 상황에서 준비해 온 간식이 없을 때는 내 마음도 덩달아 허기가 진다.


 인사를 공손히 잘한다거나, 기다리는 동안 책을 읽는 아이에게 마음이 간다. 그러면 가방을 열고 가져온 간식을 칭찬과 함께 준다. 그렇다고 모범적인 아이한테만 주는 건 절대 아니다. 그러다 보니 뭘 꺼내려고 가방지퍼를 열라 치면 주변에 있는 아이들의 눈은 혹시 맛있는 간식을 주려나 하고, 슬쩍 스캔을 한다. 그럴 땐 “다음에 줄게 “ 하며 미소로 약속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가방 지퍼를 닫는다.


 간식을 가져와서 먹는 아이들 중에는 의리가 있는 아이들도 있다. 먹고 있던 아까운 간식을 먹어보라고 조그만 손으로 줄 때 이걸 받아야 되나 말아야 되나 순간 웃음부터 나온다. 어떤 아이는 “선물 줄게요.” 하며 가방을 뒤져 사 탕 한 개를 내밀었다. 얼마나 귀여운지 꼭 안아줘야 될 일이었다. 맨 마지막시간에 학원차를 타는 용이와  별이는 특별히 눈에 띄는 사랑스러운 오누이다. 간식을 잘 챙겨 오고 먹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어쩌다 간식을 못 챙겨 오는 날은 배고픔을 참지 못한다.

“선생님 별이가 배고프대요. “

“선생님 배고픕니다. “

용이의 맨트는 솔직 담백하면서도 정중하게 요구하는 지혜가 묻어있다. 연연 생이지만 의젓한 별이의 오빠 용이다. 오누이를 일주일에 네 번은 보지만 짧다고 느껴지는 아쉬움은 왜 일어나는 것일까.


 아이들과 만나는 하교시간이 행복하게 느껴지는 이유는 사랑스러운 아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작은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추면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읽을 수가 있게 된다. 주님은 말씀하셨다. “어린아이들을 용납하고 내게 오는 것을 금하지 말라 천국이 이런 사람의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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