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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태소 Jun 27. 2024

사랑을 마무리하며

사랑에 대하여 5: 마무리하며

  사랑을 정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사랑은 누군가를 계속 기억하는 것이며(「자기 앞의 생」), 사랑은 서로를 지탱할 수 있는 힘(「밝은 밤」)이다. 사랑을 정의할 수 없지만 사랑을 행위하는 것과, 사랑이 해낼 수 있는 것들로 사랑을 더듬어볼 수는 있었다. 내가 더듬은 사랑의 모습은 사람이었고, 그 사람은 가족과 친구, 연인, 모르는 사람들의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그 사람과 손을 잡고, 손을 놓지 않고 걸어가는 법을 배우는 게 ‘사랑’ 안에서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하다.


 마지막까지 온 지금, 연인 간의 사랑을 언급 안 하고는 넘어갈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예전에 누군가가 나에게 “(연인과) 사귀고 있는 지금 어때? 뭐가 좋아?”라고 물어봤던 적이 있었다. 그 이후로 그 질문이 오래 마음에 남아있었으니, 이번 사랑 글을 마무리하며 그 질문에 대한 답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나에게 연인은 다양한 얼굴을 한 작은 객체 같다. 내가 힘들 때는 사람 간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괜찮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게 항상 좋았고,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는 서로 건들지 말아야 할 지점을 건들지 않으며 이야기하는 게 항상 좋았다. 어느 순간 깨닫게 되는 것들은 일정 거리를 두고, 또 가까워지며 살아가는 게 인연에 있어서 좋은 쪽으로 작용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연인은 그렇지 않다. 내가 단순히 힘들다고 지속적인 만남을 무작정 회피할 수 없으며, 너무나도 밀접하기에 건들지 말아야 할 지점은 결국 건들고 짚고 넘어가야 하는 지점이 된다. 일정 거리가 무너진다.


 그러나 이런 순간들이 항상 연인 간에만 생겨나는 것일까. 가장 오랜 시간 시간을 함께 보내온 가족과도, 같은 장소에서 서로를 마주하니 내가 힘들다고 도망치거나 회피할 수 없다. 깊게 알아 온 친구와도, 건들지 말아야 하는 것을 건드려야만 할 때가 온다.


 즉, 나에게 있어 연인 간의 사랑은 특별히 독점적인 특징을 가지거나 하지 않다. 그러한 점에서 연인은 다양한 얼굴을 가진 형태 같다. 특별한 점은, 연인과 있을 때 이러한 일들은 나에게 더 자주 일어난다. 끊임없이 갈등을 풀고 더 좋은 관계를 위해 나아가야 하고, 피하지 않고 상황을 해결해야 한다. 이런 경험들은 관계를 잘 이어 나갈 수 있게끔 나를 성장시킨다.


 그렇다면 사랑이란, 결국 사회 속에서 여러 관계를 맺고 살아가는 개개인을 성장할 수 있게 하는 방식 아닐까. 사랑이란 개인이 개인과 관계를 맺고, 그 관계를 지속하는 방법에 대해 배워가는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은 아닐까. 나에게 사랑은 세상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고, 서로를 지탱하게끔 도와주고, 그것을 잘 이어 나갈 수 있게 하는 것이다.



by. 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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