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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태소 Nov 12. 2023

내 사랑 내 곁에

사랑에 대하여 1 : <가슴 뛰는 소설>을 읽고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보고 다닌 적이 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대답은, 그걸 어떻게 말로 설명하느냐는 말이었다.

- 첫사랑 中


  나에겐 사랑이 우습다. 사랑한다는 말을 주고받은 게 언제였던가 생각해본다. 소맥 한 잔에 ‘동기사랑 나라사랑’ 외칠 때. 강아지를 껴안을 때. 또 뭐, 친구의 곤란한 일을 도왔을 때 ‘내가 너 진짜 사랑하는 거 알지.’ 따위의 말을 들었던 것도 같다. 매년 쓰는 어버이날 편지에도 ‘엄마, 아빠 사랑해요.’라며 형식적으로 사랑을 덧붙인다. 그리고 또 뭐더라. 아이돌 뮤직 비디오나 연예인 인스타그램 댓글창. 거기는 정말 사랑이 널렸다.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귀고 결혼하는 것만이 사랑이냐 하면 당연히 아니겠지만, 가족 친구 반려견 또는 추억이나 장소 등의 무생물, 멀리 있는 연예인이나 추상적 개념을 향한 감정도 ‘똑같은 사랑’이라 부르기엔 감정의 결이 꽤 다른 듯하다. 그러니까 나는 좀더 복잡하고 고귀한 사랑을 하고 싶었다.


  나에겐 사랑이 어렵다.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친구에게 사랑이 뭐냐고 물었다. 의대에 다니는 친구는 사랑이란, 대신 아프고 싶은 거라고 했다. 그런데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대신 아프고 싶을 정도로 사랑하는 존재가 없었다. 즐겨 듣는 노래 가사에서는 그랬다. 내 스타일이 아닌 음악을 듣고, 좋아하지 않는 음식을 먹어도 좋은 게 사랑이라고. 하지만 나는 늘 내 스타일의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는 음식을 먹고 싶기만 했다. 그러니까 나는 평생을 사랑해도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은 곁에 있었다. <가슴 뛰는 소설>은 내 곁에 존재할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제시한다. 그 사랑은 애절할 수도, 우울할 수도,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올 수도 있다. 그중에서도 <첫사랑>은 사랑이 진정으로 빛나던 때를 추억하고, 사랑이 눈에 보이던 순간을 담아낸다.  


절망과 오기로 똘똘 뭉친 한 시절을 보낸 후에야 나는, 사랑 받으려면 일단 무엇이든 사랑하고 봐야 한다는 간명한 이치를 깨닫게 되었다. ... 애태우고 주저하고 가슴을 부여잡으며 ‘사랑’이란 말은 아끼고 아꼈다가 일기장에나 간신히 쓰던 때가 내게도 분명 있었다.

- 첫사랑 中


  우리는 습관처럼 사랑하고 싶다 말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뱉고, 사랑을 주제로 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사랑 노래를 듣고, 사랑에 취한다. 그런데 사랑이 무엇이냐 하면 말문이 막힌다. 그걸 어떻게 말로 설명하란 말인지. 그래서 나는 이제 거창한 말 대신, 내 눈앞에 있는 사랑을 믿으려 한다. Y와의 첫키스를 생략하고, J를 쫓아 산을 오르고, 사랑을 사진 한 장에 담아 간직하던 주인공처럼. 미소나 뒷모습에도 온 마음을 뺏기는 사랑, 당장 실재하는 무언가. 그것에 가슴이 뛰면 그게 바로 사랑이라고.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 없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사랑이 뭐냐고 물어보고 다닌 적이 있다. 가장 많이 들었던 대답은, 그걸 어떻게 말로 설명하느냐는 말이었다.


나 역시 그 말에 공감했다. 하지만 누군가 십 년 전의 내게 사랑이 뭐냐고 물었다면, 나는 분명하게 대답했을 것이다.


그건 J야. J의 미소야.

- 첫사랑 中




by. 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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