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이 제일 쉬웠어요
갈수록 ‘건강’이란 단어와 친해지고 있다. 별 이상이 없을 때에는 관심의 형태로, 몸이 안 좋다 싶을 때에는 과한 염려와 걱정의 상태로.
그런데 나만 그런 건 아닌 것 같다. 요즘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나면 의도치않게 만성 피로와 체력 저하에 관해 배틀이 벌어진다. 누가누가 요즘 더 피곤했는지, 뭘 할 때 유독 힘들었는지, 예전에 비해 얼마나 체력이 떨어졌는지 치열하게 서로 비교하고 분석한다. 나도 그랬었다고 격하게 공감도 하고, 이럴 땐 이렇게 해야 좀 빨리 회복된다고 조언도 한다. 각 분야별로 누구는 역류성 식도염, 누구는 이석증, 누구는 두통, 누구는 디스크… 다들 각자 앓는 병에 반전문가들이 되어서 증상, 치료, 추천 병원을 꿰뚫고 물어보면 척척 대답해준다.
각자 아팠던 이야기를 한참 하고 나면 이제 부모님 건강에 대한 근심걱정 보따리 풀기로 2라운드가 넘어간다. 작년까지만 해도 괜찮으셨는데 올해는 갑자기 어디가 안 좋아지셨다, 누구누구네 엄마가 갑자기 돌아가셨다, 누구 아버지가 병원에 계시다는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남일 같지 않다. 우리 부모님은 약은 한 주먹씩 드시지만 큰 병으로 병원 신세는 지고 계시지 않으니 다행이다 하면서 안도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마무리로 그러니까 우리 올해는 운동 열심히 해서 아프지 말자고 다짐한다.
그리고 다른 친구를 만나면 이 패턴대로 한 번 더 반복한다. 차이점이라면 이번엔 다른 증상의 전문가가 나온다는 것이다.
웃기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친구들이랑 건강에 대해 한참 떠들고 집에 가는 지하철에서 아까 이야기 한 것의 반만이라도 행동으로 옮기면 좋을텐데 하고 생각한다. 그럼 건강에 대해 덜 걱정할텐데 말이다.
술 마시고, 커피 마시고, 야식 먹고, 잠 적게 자고, 운동 안하고… 걱정만 한다. 그냥 걱정만 많이 한다. 왜?
걱정이 제일 쉬우니까.(운동은 힘들잖아.) 걱정한 걸로, 운동하자 이야기 한걸로 조금은 건강에 대한 걱정을 내려놓는다. 오늘 운동은 못했지만 그래도 내가 건강해지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자위한다.
새해다.
새해에는 걱정 대신 운동을, 정말 운동을 하는 한 해를 만들자.
건강 걱정 하지 않는…은 어려우니 조금 덜 걱정하는 40대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