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 힘든 날, 손 하나 까딱 하기 싫은 날 오히려 힘내서 퇴근 후 샤워를 하게 된다. 아무것도 하기 싫을 만큼 방전 상태인데 힘듦을 씻어내고 싶어서일까 샤워는 하게 된다.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데 일어나기 싫어 이불 속에서 밍기적 거리는 모습과 달리 이 때는 바로 욕실로 들어간다. 그리고 얼른 물을 튼다.
잠깐의 기다림.
잠시 후 온수가 쏴아. 손으로 물 온도를 확인하고 드디어 온몸에 따뜻한 물을 뿌려준다. 말라가는 화분에 물을 듬뿍 뿌려주는 것처럼.
따뜻한 물이 몸에 닿으면 그제야 안도의 한숨이 쉬어진다. 그리고 잠시나마 편안해진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나도 모르는 에너지가 생긴다. 언제 파김치가 되어 들어왔나싶게.
추운 한겨울에 밖에서 몇 시간 동안 야외 활동하고 들어와 따뜻한 설렁탕 한 그릇 하는 기분이랄까.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주는 기분.
이 무더위는 언제 끝나지. 도대체 10월에 에어컨을 왜 틀고 있는거야. 한국은 이제 가을이 없어. 긴 여름에 불평 불만 가득이었는데 이제는 온수의 계절이 왔다. 힘든 하루 끝에 나에게 주는 선물. 온수 한 방이 나에게는 쌍화탕이고 에너지바이고.
간단히 에너지를 끌어올리고 나를 위로해줄 수 있는 방법을 알아서 너무 다행이다. 따뜻한 물로 샤워할 수 있는 오늘에 감사한 하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