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은 가을 날

산골 일기

by 버폐


시월 스무 하루

음력 구월 이레 아침

제법 샤라락 거리며

하얀 융단 펼쳐놓는

동안,


피도 못하고

지도 못하고

맺도 못하는

주홍빛 한련화

붉은 다알리아

노란 국화

제 빛을 잃고


아, 아직은 아니라네

좀 더 있어야 한다네

그렇게 막 쳐들어 오지 마오

을씨년스럽게 어찌 그러오

안타까워 우는

쇠물고기 목 쉬겄소


모양 없다 걸림 없다

요리조리 누비는 바람아

방금 휘이잉 지나갔다고

물고기가 귀띔하더라만


바람아 아 바람아

돌팍에 옹그마니 앉아

볕 쬐는데 헤살 놓지 말고

품은 얘기

놓은 얘기

비운 얘기


움터 나오는 간질거림의 봄을

여름의 비비대던 잎새들 노래를

가슴으로 파고드는 고운빛 가을을

품었는다 놓았는다 비웠는다

겨우내 잘 갈무렸다가

이듬해 따지기에 알쿼주오


아직은 가을날,


* 따지기 : 언 땅이 풀릴 무렵.


keyword
작가의 이전글환절기 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