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려서부터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자랐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의 말씀에 따르며 ‘좋은 아이’로 살았고, 학창시절에는 선생님이 기대하는 모습에 맞추려 애썼습니다. 심지어 서른이 넘어서 전공의 시절에도 윗년차와 교수님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기대를 충족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게 타인의 기대에 맞춰 살아가다 보니, 좋은 평판과 인정을 얻었고 주변에서는 나를 신뢰하고 좋아해 주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수련 과정을 마치고 사회에 홀로 서게 되었을 때 알 수 없는 공허함과 막막함이 찾아왔습니다. 그동안 나 스스로가 중심이 된 삶을 살아온 게 아니라, 타인의 시선과 기대에 맞춘 삶을 살아왔다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정작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디로 가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습니다. 타인의 인정 속에서 얻은 안정감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 시작했죠.
타인의 기대를 내려놓고 나를 중심에 두기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이제는 나를 중심에 두고 관계를 맺어보자고 말입니다. 이기적인 것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내가 주체적으로 살아가며 건강하게 다른 이들과 관계를 맺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내 마음이 편안하고 내가 건강한 상태일 때, 비로소 더 진정성 있고 지속 가능한 관계를 만들 수 있음을 깨달은 것입니다.
하지만 이 결심이 곧바로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타인의 눈치를 보며 그들의 기대를 만족시키는 데 익숙해졌기 때문에, 한 번에 바뀌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금씩, 아주 작은 부분부터 나의 중심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나를 존중하는 관계’의 가치
제가 이 과정에서 중요한 깨달음을 얻은 건 연애 관계에서였습니다. 무언가를 해주기만 하는 헌신적인 사람보다는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건강한 사람이 오히려 더 매력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겁니다. 내게도 마찬가지로, 모든 사람의 기대를 채우려 애쓰는 모습보다는 나 자신이 중심을 잡고, 나답게 살아가는 모습이 더 매력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나를 존중할 때, 타인도 나를 존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내가 중심이 되는 관계의 소중함
이제는 내가 나의 주인이 되어, 내가 진정 원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는 삶을 살고자 합니다. 관계에서 타인의 기대를 내려놓고 나를 존중하는 일이 결코 이기적인 선택이 아님을 알았습니다. 오히려 건강한 마음을 기반으로 더 진정성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주변의 기대에 얽매이기보다는, 내가 중심에 서 있는 관계를 만들어가며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 여정은 단번에 끝나는 변화가 아니겠지만, 그 과정에서 조금씩 중심을 잡아가며 진짜 나를 위한 관계를 만들어가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