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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설, 성악설

성선설을 선택하는 이유

by 죠니야

고등학교에서 사십 년 가까이 근무한 나는 지금도 성선설이 맞는지 성악설이 맞는지 딱 잘라 말할 수 없다. 어떨 때는 성선설이 맞는 것 같기도 한데 또 어떨 때는 성악설이 더 타당한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억지로 하나를 선택하라면 성선설을 택하겠다.

재학생 반 이상이 결손가정이거나 조손가정인 원도심 낙후된 XX학교, 1년 내내 문제가 끊이지 않고 대부분의 학생이 수업 시간에 엎어져 자는 학교, 하루에도 몆 건씩 터지던 흡연, 학교폭력, 무면허 오토바이 사고, 수십 명이 미인정 결석과 조퇴하는 학교의 생활지도부장을 했던 나는 매일 매일이 어떻게 가는지 정신이 없었다. 그때 전 국민을 슬픔과 고통 속에 몰아넣었던 ‘세월호 사건’이 발생했다. 달포 정도 이어진 생존자 구조 및 희생자 인양 작업, 국민 애도 기간.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기간에는 거의 사안이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사회 분위기 자체도 자숙하는 분위기였지만 학생들도 생각을 달리하는 것 같았다. 학생들 흡연 장소로 전국에서 유명하던 학교 부근의 담배 골목에도 흡연 학생이 거의 없었다. 철부지로만 알던 아이들이었지만 백지장 같은 그 머리에도 연민과 애도가 있었던 것이다. 공감의 눈물을 흘리는 사람은 결코 악인이 될 수없다.

내가 성선설을 택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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