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무얼 하셨습니까?

나름 최선을 다한 사람들이다.

by 죠니야

'세비야의 이발사', '피가로의 결혼' 등 유명 오페라의 대본을 쓴 보마르쉐는 귀족들을 향해 “ 당신은, 지금 누리고 있는 호사(豪奢)를 위해 도대체 무얼 하셨습니까? 태어나신 것 외에 무엇을 더하셨습니까? ” 라고 질타했다. 우리는 이모씨, 최모씨, 정모씨 같은 재벌 3세들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거인이라 불리던 창업(創業) 1세, 세계적 기업으로 성장시킨 수성(守城) 2세에 비하여 3세들은 도대체 무엇을 했느냐? 는 것이다.

왕조시대. 왕자들은 왕이 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했다. 적게는 수명 많게는 수십 명의 형제와 삼촌들을 물리쳐야만 왕이 될 수 있었다. 왕이 되지 못한 왕자 특히 아깝게 탈락한 왕자는 거의 죽었다. 강력한 왕권을 확립하기 위해서는 죽이는 게 당연시됐다. 그러니 왕자들은 필사적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우선 가족 내에서 가장 똑똑하다는 소리를 들어야 했고, 아버지의 후궁 즉 작은 어머니들에게도 극진하지 않으면 안 됐다. 궁내의 수많은 내관과 여관(상궁, 궁녀)들의 평판도 신경 써야 했고 최고의 천재들인 조정의 대소 신료들에게 절대 얕보이면 안 됐다. 그들 못지않은 학문을 익혀야 했다. 자연스럽게 왕자들은 최고의 실력을 갖추게 됐고, 어떻게 행동하고 말해야 살아남을지 가늠할 수 있는 눈치, 어떤 짓이라도 눈 깜짝하지 않고 할 수 있는 후안무치함을 가지게 됐다.

오늘날의 재벌 3세도 마찬가지다. 무한경쟁의 시장에서 어떻게든 이겨내야 하는 경쟁 기업들, 호시탐탐 자리를 노리는 형제들과 아버지의 동지(삼촌)들, 끊임없이 견제와 감시를 하는 정치인들과 시민단체, 일거수일투족을 부릅뜨고 지켜보는 언론, 하다못해 조직 폭력배나 사기꾼 같은 사회악까지도 극복해야만 재벌 기업 총수 자리에 오를 수 있다. “ 당신들은 호의호식하며 살다 저절로 재벌 총수가 됐다. 재벌 총수가 되기 위해 무엇을 했느냐? 그저 금수저 물고 태어난 것 외에 뭘 더했냐? ” 이런 질문에 재벌 3세들은 대답한다. “ 세상이 흔들려 다시 두 팔 걷어붙이고 싸워야 한다면, 나는 당당히 싸우겠다. 어떤 상대와 싸우더라도 이길 자신이 있다. ” 그들은 엄청난 공부와 혹독한 수련을 거쳤기에 이런 패기가 있는 것이다. 왕이 된 왕자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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