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은 지났지만 그래도
스승의 날
애들아. 네 앞에 선생님 잘 보거라!
그냥 보면, 자기 말만 옳다는 꼰대같지만
자세히 보면
너희 같은 딸 듬직하게 지켜주는 아빠고
너희 엄마 같은 사모님의 가장 멋있는 남편이고
너희 할머니 같은 어머니의 떡두꺼비 아들이란다.
애들아. 네 앞에 선생님 잘 보거라!
그냥 보면 끝없이 들볶아대는 잔소리꾼이지만
자세히 보면
너희 같은 아들을 살뜰하게 챙겨주는 엄마고
너희 아빠 같은 사부님이 가장 사랑하는 아내고
너희 할아버지 같은 아버지의 금지옥엽 딸이란다.
선생님. 선생님 옆 선생님을 잘 보세요!
그냥 보면 뺀질이, 고집쟁이 얄밉기 한이 없지만
자세히 보면
삶의 무게에 밤마다 울음 탄 술을 먹는 가장이고
살림에 육아에 허리 한번 제대로 못 펴는 주부고
제 몸 갉아 먹는 줄 모르고 일하는 가엾은 내 친구입니다.
큰 것 바라지 않습니다.
만나면, 조금만 반갑게 인사해주세요
힘들어하면, 조금만 붙잡고 있어주세요
실수하면, 조금만 허허하고 웃어주세요
슬퍼하면, 조금만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그러면 됩니다.
스승의 날 내가 제일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은퇴한 지금. 후배 선생님들에게는 이런 이야기가 필요없어졌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