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함은 패배보다 더 나쁘다
오래 전 이야기다.
오지 학교, 교육 여건도 안 좋고 시내에서 애매하게 멀면서 대중 교통도 부족해 통근하기 힘든 학교. 아예 통근 자체가 불가능하다면 그 쪽으로 이사를 가면 된다. 그런데 오지 학교는 참 애매하다. 힘들지만 통근은 가능하고 자녀 교육같은 문제가 걸려있으니 이사 하기가 어렵다. 힘들어도 왕복 4시간 가까운 통근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런 어려움이 있으니 그 학교로 발령 받은 선생들은 1년만 지나면 일제히 타학교로 전보 내신을 한다. 도저히 참고 다니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청이 내놓은 대책이라는 게 " 한 번 발령받으면 무조건 2년은 전보 내신을 신청할 수 없다" 는 괴상망측한 규정이었다. 당연히 반발이 일었다. 근무 여건이나 통근 여건을 개선할 생각은 안하고 규정으로 누르려는 행태가 너무나 분통이 터질 일이다. 불만이 팽배해지자 선생들과 대화를 한답시고 교육청에서 장학관이 나왔다. 선생들은 " 어떻게든 근무 여건이나 통근 여건을 좋게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다른 혜택이라도 줘라! " 라고 이야기 했다. 그러자 장학관 왈 " 네 선생님들의 어려움 잘 알고 있습니다. 선생님들께 어떻게 혜택을 드릴까 연구하고 있으니 조금만 참고 기다리십시요 " 조금만 참으라던 그 연구는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끝나지 않았다. 거짓말한 장학관은 물론 그 학교에 처음 발령받아 온 신규교사도 이제 정년 퇴임이 내일 모래다.
일이나 책임을 요리 조리 빠져나가는 기름장어들! 된다, 안된다, 할 건지, 말건지 명확하게 하지 않고 불확실함만 남겨놓은 채 자기만 빠져나간다.
유명한 법언(法言)이 있다. 사람을 죽게 만들고 기업을 망하게 하는 건 패소하는 게 아니다. 끝없는 불확실함이다. 차라리 패소했으면 털어버리고 다시 시작 하면 되는데 불확실함은 다시 시작도 못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