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넘어 택배일을 하던 친구

코로나19. 택배일을 해야만 했던 친구

by 죠니야

오토바이 가게 앞을 지나가는데

다리를 걷어붙인 청년 하나가 빨간약을 바르고 있다

스패너를 든 가게 사장이 다 고치는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고 말하자.

청년 왈, 배달이 밀려 큰일이라며 성화를 부린다

나는 오지랖 넓게 가던 길을 멈추고

“배달이 뭔 대수냐? 빨리 병원부터 가시라”고 말하려는데

청년의 휴대폰이 울린다.

“죄송합니다. 사모님, 곧 도착합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십시오”

휴대폰에 대고 쩔쩔매는 청년의 정강이로 빨간약 서너 줄이 길게 흘러내리고

수시로 회사 때려치운다는 내 입이 부끄러워

나오려던 말을 삼키고 가던 길을 재촉한다

오토바이 한 대 내 옆을 휙 지나간다

황주경 ‘ 퀵서비스 ’


코로나19. 지금은 잊혀졌지만, 4년 전 이맘 때는 정말 대단했다. 사람들을 모이지 못하게 하니 자영업자를 비롯해 여러 사람들이 곤란하게 되었는데 그 중 하나가 학원이나 문화센터의 강사들이었다.

어려서부터 악기를 잘 연주하던 친구, 자기 재주를 살려 음악 강사가 되었다 그런데 코로나19로 인해 강의 자리가 다 없어졌다. 뭐라도 해야 살 수있기에 그 친구 택배를 시작했다. 택배일 하기에는 많은 나이, 떨어진 체력 그래도 해야만 했다. 60이 넘어 배달 오토바이를 타고 위험하게 일하는 그 친구. “천천히 오셔요.” “편하게 하셔요.” “괜찮아요 조금 늦으면 어때요.” 이런 말만 들으며 일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말을 해주는 사람은 얼마나 좋은 사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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