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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30>

나쁜 놈들, 추잡한 놈들, 정신 나간 놈들 ①

by 이진구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와… 진짜 추잡하네.”

“회사는 지들이 말아먹고 자기들만 빠져나가다니….”

“아래 직원들만 불쌍하지….”


2007년 12월 이명박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출범하면서 본격적으로 ‘걱정(국정) 홍보처’ 폐지가 추진됐다. 그런데, 정말 어이없는 일이 벌어졌다. 노무현 정부 내내 정권의 홍위병 역할을 했던 고위직들이 정권이 끝나기 전에 탈출을 시도하다 언론에 발각된 것이다. 교수 출신인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학교로 돌아간 뒤 교환교수 자격으로 미국이나 캐나다에 머물 예정이라고 알려졌다. 기자실 통폐합 등 ‘기자실 대못질’의 주역인 ○○○ 홍보협력단장은 주미 한국대사관 국정홍보 참사관으로 내정됐다.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자신들이 운영하던 기관이 없어진다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지는 게 윗사람의 도리다. 그런데 세월호 선장도 아니고 아래 사람들은 조직이 없어져 뿔뿔이 흩어지고, 별정직 공무원 상당수는 그만둬야 하는데 자신들은 먼저 살길을 찾아 도망친 것이다. 그들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고 강변할지 모른다. (실제로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이명박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업무보고를 하면서 ‘우리는 영혼 없는 공무원들’이라고 했다가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비난이 커지자 “관료는 어느 정부에서나 그 정부의 철학에 따라 일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는데, 그 말이 또 여론의 질타를 불렀다.)


하지만 출입 기자로서 바로 옆에서 내가 본 ‘걱정 홍보처’ 고위직들은 결코 시켜서 억지로 한 게 아니었다. 그런 그들이 아직 새 정부가 들어서기 전에, 노무현 정부의 임기가 남아있는 동안 자신들의 살길을 마련해서 빠져나가는 모습은 마치 6·25전쟁 때 국민에게는 정부를 믿으라고 하고 먼저 한강 다리를 건넌 모 정권의 수뇌부들 같았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 한 달 정도 후까지 국정홍보처 직원 188명 중 68명이 갈 곳이 없어 대기상태였다. 일하던 부처는 폐지될 처지인데, 정치권과 여론은 물론이고 공직 사회에서도 단단히 찍혀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일을 시킨 고위직들은 '나부터 탈출'을 시도한 것이다. <②편으로 계속>②③④②③④②③④②③④②③④②③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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