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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는 왜? 정신병원이 없을까 <31>

나쁜 놈들, 추잡한 놈들, 정신 나간 놈들 ②

by 이진구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여론은 당연히 들끓었고, 결국 외교통상부는 최종 인사 결재를 하지 않는 방식으로 ○○○홍보협력단장의 미국행을 막았다. 학교로 가려던 처장은… 동료 교수들은 물론이고 학생들까지 들고일어나 복직을 막은 끝에 사표를 냈다.

이분의 스토리가 좀 긴데, 그는 해당 학과(명지대 디지털미디어학과)가 신설되는 데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래서 학과장을 맡았는데 새 학기 시작 20여일 전에 국정홍보처장에 취임한 것이다. 그래서 당시에도 강의 한번 하지 않고 휴직을 하는 건 특혜 아니냐는 말이 많았다. 학생들의 수업권이 침해된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어찌 됐든 홍보처가 폐지되고, 정권도 바뀌니 다시 교수로 돌아오려고 한 것인데 이번에는 학교와 학생들이 가만있지 않았다.


강의 한 번 하지 않고 휴직을 한 것도 문제지만 ‘언론 탄압’의 주역으로 알려진 사람이, 그것도 언론 관련 학과의 교수로 복직한다는 게 내 친구 조진상이 봐도 말이 안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당시 모 인터넷 기사의 제목이 ‘국가를 해코지한 공직자는 갈 곳 없어야’였을까. (그는 국정홍보처장이 된 지 6개월 만에 노무현 대통령이 정부 업무보고를 받을 때 한 발언을 모아 본인 이름으로 '노무현 따라잡기'란 책을 냈다. 그리고 발간 이유를 "혼자 보기 아까워서 만들었다"라고 했다. 역사에서는 대체로 이런 행동을 하는 사람을 '간신'이라고 부른다.)

해당 대학 교수협의회는 물론이고, 집권 여당이 된 한나라당에서도 비난이 쏟아지자 결국 그는 학교에 사표를 제출했다. 좀 시끄러웠지만 그렇게 정리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세상은 내가 아는 것처럼 만만한 게 아니었고, 난사람들의 ‘난’ 행동은 나 정도의 머리로는 가늠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헐…. 뭐 이런 거지같은 경우가 있지?”

“와… 말이 안 나오네.”

“이럴 거면 왜 국정홍보처를 폐지한 거야?”


우리는 경악했다. 그냥 경악이라는 말 외에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기자실 대못질의 주역인 전 국정홍보처 홍보협력단장을, 새 정부 들어서기 전에 미국으로 가려다 언론의 반발로 못 간 그 단장을, 이명박 정부가 2008년 3월 12일 자로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정책관에 발령을 낸 것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한 달도 채 안 된 시점이었다. 홍보정책관은 문화체육관광부 내 홍보지원총괄, 국정과제홍보, 분석, 정부발표지원과 등 4개 부서를 총괄하는 자리다. 쉽게 말해 국정홍보처가 존재할 때 했던 일을 그대로 맡긴 것과 다름이 없다.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일까? 그의 능력이 탁월했던 걸까, 아니면 이명박 정부의 의사결정권자들이 정신이 나갔던 걸까. <③편으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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