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쁜 놈들, 추잡한 놈들, 정신 나간 놈들 ③
<…우리는 우리를 이끄는 지도자와 그 집단에 대해 야박해서 눈물이 날 정도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야 한다. 그들이 힘들어 울어야 국민이 웃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이 나아지지 않는 건… 정책이나 전문가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사회지도층이 국민보다 힘들지 않고 편하게 살기 때문이다.>
노무현 정부에서 기자실 대못질이 한창일 때 당시 대선후보였던 이명박 대통령은 “권력이 아무리 대못을 박아도 언론의 문을 닫진 못한다”라고 했다. 그런데 그 못질을 한 사람을 다시 데려다 쓰는 건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일제강점기 순사를 해방 후에 다시 쓰는 게 이런 건가. 시간이 좀 지난 뒤도 아니고 국정홍보처를 폐지한지 한 달도 안 됐는데….
어쨌든 여론은 또다시 들끓었다. 안 끓을 수가 없다. 그리고… 열흘도 채 안 돼 문화체육관광부는 그가 사표를 제출했다고 발표했다. 그로서도 참 기구한 팔자다. 좀 안 됐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생각했는데… 역시 나는 하수 중의 하수였다.
몇 년 후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지 한 달 조금 지난 시점이었다. 인터넷을 뒤지며 기삿거리를 찾고 있는데, 우연히 문화체육관광부 국민소통실장에 바로 그 ‘형님’이 영전했다는 기사를 보게 됐다. ‘설마?’ 하며 계속 읽어보니 앞서 말한 ○○○ 전 국정홍보처 홍보협력단장이 맞았다. 더 찾아보니 이명박 정부 초기 문화체육관광부 홍보정책관을 그만둔 뒤에도 문체부에서 계속 근무를 하고 있었다. 당시 사표를 제출했다는 게 제출만 하고 수리가 안 돼 남아있었던 것인지, 사직하고 재채용 된 건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약 2년 반 정도 이 자리에 있었는데… 박근혜 정부의 소통이 어땠는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누굴 탓하랴.
그뒤 약 2년 정도가 지난 후다. 이명박 정부 때 한 핵심 인사(후에 국민의힘 3선 의원까지 했다)와의 저녁 자리가 있었는데 당시 그가 이런 말을 했다. 정권을 잡고 나니까 국정홍보처가 필요하더라고. 당시는 이명박 정부가 광우병 파동으로 된통 곤욕을 치른 후였다. 그는 구체적으로 말하지는 않았지만 내 생각에는 4대강 사업, 제3 노총 설립 등 정권의 운명이 걸린 큰 문제에 대통령과 정권의 생각을 앞장서서 전파하고 밀고 나갈 돌격대가 필요하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고 나니 그렇게 욕했던 전임 정부와 어쩌면 그렇게 닮아 가는지… 뒷간 가기 전과 다녀온 후가 다르다더니, 역시 조상님들의 혜안을 따라갈 수가 없다.
앞서 말한 그 기구한 팔자의 그분이 어떤 능력을 발휘해서 그렇게 긴 생명력을 유지했는지 나는 모른다. 그런데 대통령 이름만 달라졌을 뿐 정권을 잡은 집단의 생각이 똑같았다면 그가 필요했을 거란 생각은 든다. 국민만 불쌍하다. <번외 편으로 계속>